서울의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마포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마포구는 다른 지역과 형평성, 서울시의 부지 선정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적법한 과정을 거쳤음을 강조하며 대화를 통해 설득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20년 가까이 자원회수시설을 품고 살아가던 마포구 주민들의 반대가 완강한 만큼, 양 측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월31일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의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직매립하는 것이 금지되는 데 따른 결정이다. 서울에 매일 1000t 분량의 폐기물을 소각하기 위한 새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마포 상암동이 부지로 낙점됐다.
서울시는 마포 상암동 후보지가 5개 평가 분야(입지, 사회, 환경, 기술, 경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영향권역(300m 이내) 내 주거 가구가 없는 점, 현재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정돼 있어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점 등 사회적 조건을 높게 평가했다. 시유지로서 토지취득을 위한 비용 절차가 불필요하고, 소각열을 지역난방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점 등 경제적 조건도 고려됐다.
서울시 발표 이후 마포구 주민들의 반발은 활화산처럼 터졌다. 마포구엔 이미 2005년부터 하루 750t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자원회수시설이 가동 중이다. 현 시설이 2035년 철거될 예정이지만, 새 시설이 2027년부터 가동되면 그때까지 두 개의 시설이 함께 가동된다. 매일 1750t의 폐기물을 마포구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현 시설이 철거되더라도 지금보다 많은 양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가동된다. 시는 신규 자원회수시설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방지설비와 최첨단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건강, 환경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마포구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마포구 주민들의 반발을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마포구는 서울시의 부지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선정위원회 10명 중 7명이 서울시의회에서 추천한 인물이고, 다른 유력 입지 후보지였던 강동구 시의원이 포함돼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2020년 12월10일부터 적용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법(폐촉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기준을 서울시가 따르지 않았다며 위법성도 주장했다. 평가 기준 역시 기존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마포구가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즉각 마포구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12월4일이라 시행령 개정안을 위반하지 않았고, 해당 강동구 시의원 역시 위원회 회의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이라는 대도시 특성상 마포구가 주장하는 대로 자치구별로 폐기물처리시설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항변했다.
마포구 주민들은 결사항전 태세다. 지난달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택을 찾아 자원회수시설 관련 면담을 요청했다. 오 시장이 현장에서 승낙하며 이날 저녁 면담이 이뤄졌다. 주민들은 오 시장에게 후보지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5일 열릴 예정인 주민설명회를 연기할 것, 후보지 선정 백지화를 요구했다.
오 시장은 주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약속하며 주민설명회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서울시는 그날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주민설명회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평가항목 및 배점 변경 내역 등 입지 선정 과정과 관련한 자료를 최대한 공개해 마포구 주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해나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주민설명회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됐을 뿐, 서울시의 기존 계획에는 큰 변동이 없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함께 진행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양 측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다른 대안은 없다”며 “환경영향평가 과정도 있고, 아직 기간이 남아있으니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타협점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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