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에 한명숙 전 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양기대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부기장 입사지원자 명단에 이들 3명이 추천인으로 들어 있다. 윤 의원은 “한 전 총리와 관련된 분은 70명 중 70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원욱·양기대 의원이 각각 추천한 지원자들은 부기장 1차 면접에서 70명 중 42등, 승무원 지원자 132명 중 106등을 했다고 한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의 증언은 더 충격적이다. “(지목된 세 명 중) 한 명은 부기장인데 관제사와 소통도 안 돼 비행할 때 기장이 부기장 업무까지 해야 하는 중압감을 느꼈다”고 폭로했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사의 부적격자 채용은 중대 범죄다.
이스타항공의 채용 비리 의혹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4∼2015년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도 청탁을 받고 부적격자 100여명을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전주지검이 재수사에 들어가 지난 8월 이스타항공 사무실과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 인사담당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승무원뿐만 아니라 조종사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실관계와 위법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국감에서 나온 야권 인사 연루 의혹이 개연성을 갖는 이유다.
검찰은 항공업 경험이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가 이스타항공 자회사인 타이 이스타젯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전 의원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아 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2017년 4월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이 157%에 달한다며 퇴출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이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이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지난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 공천을 받아 의원 배지까지 달았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한 전 총리 등은 “처음 듣는 얘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의혹을 부인한다. 하지만 윤 의원의 자료에는 지원자 수백 명의 인적사항이 상세히 적혀 있다. 조작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특정 인물의 추천인란에 야권 인사 이름이 왜 들어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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