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개 발달장애인 핸드볼 팀 참가…우승 5팀과 준우승 5팀
여러 논문과 보고서 등에서 발달장애인 신체활동은 ‘긍정적 삶’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로 부각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2 어깨동무스페셜 운동회’도 발달장애인 체육의 좋은 사례
“괜찮아요, 나이스 플레이(Nice play)!”
지난 5일 충북 청주 서원구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열린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핸드볼 대회 ‘All Win Peak 2022(올윈픽 2022)’에서 드리블이 길어 공을 놓친 선수가 아쉬워하자 경기를 중계하던 장내아나운서가 이같이 외쳤다. 슈팅이 골대를 벗어날 때는 “멋진 플레이였습니다”라거나, 상대 공격을 막아낸 골키퍼를 향해서는 “잘 막았어요”라며 거듭 응원을 보냈다.
◆이기는 팀은 우승, 져도 준우승…‘올윈픽’은 모두가 이긴다는 취지 살리는 대회
SK하이닉스의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오는 11월 열리는 스페셜올림픽(발달장애인 국제 스포츠대회)에 앞서 동일한 운영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총 10개의 발달장애인 핸드볼팀이 참여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A그룹(4개 팀)과 B그룹(6개 팀) 내에서 맞대결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해 승리하면 ‘우승’, 그렇지 않더라도 ‘준우승’ 타이틀 선사로 ‘모두가 이긴다’는 대회 취지를 한껏 살렸다. 발달장애인 핸드볼팀 육성 사업 일환으로 대회를 준비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팀을 모집하고 운영비를 지원해왔다.
경기 중 작전타임이나 몸을 내던지는 수비 등은 비장애인 경기와 다르지 않았다. 날아오는 공을 쳐 내는 골키퍼의 선방, 실점 후에도 ‘파이팅’ 외치는 선수들을 보니 어느덧 손에 땀을 쥐게도 했다.
최종 점수가 11대11로 끝난 행복모아챌린저스(충북 청주)와 SNP드래곤즈(경기 안양)의 A그룹 두 번째 경기에서는 결국 승부를 가리기 위해 축구의 승부차기와 비슷한 ‘7m 스로우’도 펼쳐졌다. 이어 3명이 득점에 성공한 행복모아챌린저스가 2명만 득점한 SNP드래곤즈를 누르고 승리했으며, 준우승팀이 된 SNP드래곤즈 선수들도 시상식에서 받은 준우승컵을 치켜들고 즐거워했다.
A그룹에서는 핸즈(서울 중구장애인복지관)를 상대로 승리한 상록포레스트(안산 상록 장애인복지관)가 또 다른 우승팀이 됐다.
B그룹에서는 성베드로학교(서울 구로 성베드로학교)와 원더풀(삼척시 장애인체육회)·진주피닉스(느티나무 진주시 장애인부모회)가 우승팀이 됐고, 구로피닉스 스펙트럼(구로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과 갓핸드(한국장애인 경상북도 부모회)·프리드로우(군산 장애인종합복지관)가 준우승팀이 됐다.
특히 구로피닉스 스펙트럼과 성베드로학교의 경기에서는 같은 팀 선수 득점을 축하하고 손도 잡아주는 선수들이 눈에 띄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발달장애인 정규 핸드볼팀을 현재의 10개에서 12개로 늘릴 계획이다. 청각·지체장애로 범위를 넓혀 장애인핸드볼협회 인가를 추진하고, 대한핸드볼협회 경기에 장애인 부문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일우 SK하이닉스 청주기업문화담당 부사장은 “올해 11월 스페셜올림픽 국내 대회도 지원하고, 발달장애인 핸드볼팀을 추가 선발해 2023년 정규리그를 개최하는 등 후속 활동도 착실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논문이나 보고서에 언급된 ‘발달장애인의 운동 참여’ 중요성…“긍정적 삶에 중요한 역할”
여러 논문이나 발달장애인 관련 보고서는 “발달장애인의 운동 참여는 건강관리와 각종 만성질환 예방을 돕고 정서·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힌다. 신체활동의 제한적 참여나 낮은 신체 활동량 등은 건강하지 못한 체형을 갖게 하며, 운동기능과 체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연하면서다. 발달장애인의 운동 참여가 신체·심리·사회적 건강과 자기적응력 향상을 이끌어 일상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돕고, 인지능력을 향상하고 신체활동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도 강조한다.
발달장애인의 운동참여 프로그램을 유도할 때는 활동을 장기 기억으로 인식될 수 있게 ‘반복적인 지도’와 ‘다양한 기억향상 프로그램’ 중요성이 부각된다. 주변에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까지 대신 해주면서 ‘학습된 무기력’이 생기기 쉬우므로 발달장애인의 능력에 맞는 과제를 부여해 직접 성공을 경험하게 하고,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사자가 어려워해도 스스로 참여할 기회를 가능한 많이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비장애인과 함께 지내고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를 제공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발달을 돕고, 이 과정에서 또래 비장애인에게는 발달장애인 편견을 없애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서들은 언급한다.
강남구보건소가 펴낸 ‘2022 발달장애인 신체활동 가이드북’은 지도자의 구조화된 중재 중요성도 함께 부각했다. 발달장애인이 근력·근지구력·유연성·심폐지구력 등에서 비장애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많은 연구를 토대로, 지도자는 개인별 운동 프로그램 계획 시 신체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가이드북은 이 외에 ▲발달장애인과 함께 활동 시 순차적으로 과제와 기술을 나눌 것 ▲발달장애인의 기술과 이해 정도를 확인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도할 것 ▲지도는 구체적으로 하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지도자 행동의 일관성으로 지도자와 발달장애인 간의 관계를 성립할 것 등을 지도 전략으로 제안한다.
◆서울 강남구서 열린 ‘2022 어깨동무스페셜 운동회’는 발달장애인 체육의 좋은 사례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발달장애아 특수학교인 밀알학교에서 관내 발달장애인 450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2022 어깨동무스페셜 운동회’는 발달장애인 체육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강남구 내 발달장애인 시설 및 학교 등 12개소가 모두 참가해 함께 준비한 스포츠 축제이며, 선수들이 4개월간 운동 종목을 연습해 기량을 발휘했다는 뜻깊은 의미가 있다.
운동회는 경쟁 부문과 체력왕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플로어컬링과 ▲무빙바스켓(농구) ▲스포츠스태킹릴레이(점보컵 쌓기) ▲지그재그런 ▲다트가 경쟁 부문에 속하며, 악력 측정과 함께 ▲제자리 멀리 뛰기 ▲앉아 메디신볼 던지기는 체력왕 부문에 들어간다.
발달장애인의 신체 능력 발달에 도움이 되자는 취지에서 상대적으로 수행이 용이한 두 종목을 골라 강남구보건소 가이드북에 실린 이미지를 함께 게재한다. 가이드북은 강남구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강남구보건소 세곡보건지소로 문의하면 된다.
1. 무빙바스켓 : 농구를 간단하게 만든 운동 종목으로 팀원 중 한 명이 골대가 되어 같은 팀원이 슈팅하는 공을 받아서 득점하는 활동. 공은 가능하면 가벼운 종류의 제품이 다치지도 않고 던지기에도 좋다.
2. 앉아 메디신볼 던지기 : 재활치료 및 근력강화 운동에 사용하는 메디신볼(medicine ball)을 일정 거리 이상 던지는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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