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핵심인 조종사를 양성하는 KT-1 기본훈련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88년 개발에 착수해 2000년 공군에 첫 납품이 이뤄진 KT-1은 23년 동안 공군 조종사 교육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첫 납품 이후 23년간 성능개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KT-1은 여전히 1980년대 수준의 기술에 머물러 있다. 항공기 성능이 뒤떨어지고 훈련 효과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조종사의 안전 문제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경남 사천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발생한 KT-1 공중충돌 사고는 KT-1의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다.
공군은 조종사의 비행경로 이탈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항공사고는 한 가지 이상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다.
KT-1이 비행경로와 위치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공중충돌방지 등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췄다면 충돌 직전에 사고기들이 회피할 기회는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냉방도 마음껏 못하는데 개선은 없었다
2000년에 첫 납품을 시작으로 80여대가 운용중인 KT-1은 수명이 평균적으로 40년(1만 시간)이다. 월평균 21시간을 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남은 수명은 17년이다.
군용기는 설정된 기체 수명의 절반쯤 되는 시점에서 성능개량을 실시한다. KT-1의 경우에는 2020년에 성능개량이 이뤄졌어야 했다. 1980년대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KT-1은 별다른 성능개량 없이 약 2년을 더 썼다. 중간수명 시점이 지나면서 KT-1의 문제점도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일선 부대 등에 따르면, KT-1은 엔진 출력이 부족해 냉방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1 엔진 출력은 950마력. 경쟁 기종인 미국산 T-6텍산Ⅱ(1100마력), 스위스산 PC-21(1600마력)보다 낮다.
출력이 낮으면 여름철에 냉방장치를 필요한 만큼 가동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KT-1은 지상 이동과 고고도 상승 시 냉방기 사용이 제한을 받고 있고, 에어컨을 틀면 추력이 떨어지는 현상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조종사와 비행 교수의 피로를 높이고 증가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려 교육훈련의 효율성을 해친다.
여압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압은 엔진의 압축공기로 조종실을 가압, 고도 8000피트(2400m) 상공에서도 기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KT-1은 비행임무고도가 1만~1만8000피트(3000~5400m)다. 여압이 없는 상황에서 임무고도인 1만 피트 상공에 진입하면 몸이 붓고 눈과 귀, 혈압에 영향을 미친다. 조종사 신체 보호와 비행 안전을 위해서 여압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체가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주요 부위에 부식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훈련기가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응력(재료에 압력을 가하면 발생하는 저항력)이 기체에 가해진다. 이는 항공기 안전에 치명적 위협을 미치는 피로균열을 일으킨다.
피로균열은 응력이 집중되는 동체와 날개 접합부 등에서 일어날 수 있다. KT-1은 주날개와 꼬리날개 끝부분, 착륙장치를 수납하는 휠 베이(Wheel Bay) 등에서 피로균열 등이 발생할 위험이 제기된다.
항공전자장비가 부족해 비행경로 파악이 제한되고, 위치 확인도 쉽지 않다. 공중충돌방지장비를 비롯한 안전장비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태다.
오래 전에 개발된 기체라 계기판이 아날로그 방식인 것도 문제다. 공군 조종 교육에 쓰이는 훈련기는 KT-100(입문), KT-1(기본), T-50(고등), TA-50(전술입문)이다.
이 중에서 아날로그 계기를 쓰는 기체는 KT-1이 유일하다. 조종학생은 디지털→아날로그→디지털→디지털 방식으로 훈련을 하게 된다. 조종학생 입장에서는 조종석 적응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선부대 전투조종사보다 조종술이 미숙한 학생 조종사 입장에서 KT-1의 성능상 한계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학생 조종사의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다면, 지난 4월 경남 사천시에서 발생한 공중충돌사고와 유사한 일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
KT-1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성능개량 또는 신형 기종 개발 대안 거론
KT-1의 노후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수명연장을 포함한 성능개량과 신형 기체 개발이다.
제작사인 KAI는 KT-1의 성능개량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한 상태다.
이에 따르면 F-35A 스텔스 전투기처럼 5세대 전투기 조종에 필요한 훈련을 가능하도록 하면서 기존 KT-1의 문제점을 개선, 조종훈련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성능개량 초점을 맞췄다.
우선 냉방 시스템을 종전의 기계식에서 냉매식으로 바꾼다. 조종석도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해 비행훈련 과정에서 조종석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한다.
또한 여압장치를 추가한다. 이를 위해 엔진에서 조종석으로 연결되는 압축공기 배관을 설치하고, 캐노피를 강화하며, 동제를 개조하고 주날개를 교체한다.
학생 조종사의 능력을 감안해 공중충돌방지장치와 지상충돌방지장치를 정착한다. 이를 통해 비상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다만 엔진 교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엔진을 바꾸면 비행특성에 영향을 미쳐 기체를 재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을 교체하지 않으면, 비행거리나 속도, 고도 등은 성능개량 이전과 동일하다. 여압 및 냉방, 조종 계통이 개선되는 정도에 그친다.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되지 않는데도, 관련 비용은 KT-1 신규 생산에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일정, 성능 측면에서 효율성이 낮은 셈이다.
이는 성능개량 시점인 중간수명(첫 납품으로부터 20년 후)이 지나면서 효율성이 낮아짐에 따른 것이다. 훈련기를 새로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KAI는 KT-1을 대체하는 차기기본훈련기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AT-6, 스위스 PC-21, 브라질 EMB-214처럼 1600마력 엔진에 디지털 항공전자체계를 탑재하는 형태다. 성능개량 사업에 포함됐던 개선 사항도 반영된다.
이를 통해 기체 수명은 1만8000시간으로 KT-1보다 8000시간 길고, 임무반경도 815㎞로 KT-1보다 158㎞ 늘어난 신형 기체가 만들어진다.
냉방 및 여압장치와 산소발생장치 등을 탑재해 조종사의 편의를 증진한다. 비행제어 및 임무컴퓨터를 탑재해 디지털 방식의 비행제어가 가능하다. 국산 데이터링크(Link-K)를 탑재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차기기본훈련기는 미래의 F-35A 조종사를 양성할 공군의 교육체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상황인식(SA)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 디지털 전자지도를 탑재, 위치 파악이 쉬워지고 공역 관리도 가능해진다. 주변 지역의 항공기 비행 정보가 그래픽과 문자로 나타나면서 현재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 비행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공중 및 지상충돌 경고 및 충돌 방지 장치를 장착해 충돌 직전 경고를 보내면서,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과 연계해 비상 상황 시 자동으로 회피하는 기동을 실시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냉방능력을 강화해 훈련환경을 개선하고, 여압 기능을 적용해 학생 조종사의 이비인후과 질환을 예방토록 할 계획이다.
KF-21, F-35A처럼 4.5~5세대 전투기를 담당할 조종사 교육을 위한 디지털 조종석을 설치한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비행훈련, 증강현실(AR) 기반의 편대비행 훈련을 한 뒤 실제 비행훈련을 실시해 조종술을 빠르게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KAI 측은 선행연구 등을 포함한 사업화 과정과 개발 및 양산에 10∼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에 소요제기가 이뤄지면 KT-1 퇴역 시점인 2040년 이전에 양산을 포함한 모든 사업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비용도 성능개량 사업비를 약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 “성능개량을 하느니 새로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차기기본훈련기에 전기 추진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기조가 확산하는 만큼 친환경 군용기를 제작하면 해외 시장을 선도하면서 군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 추진 훈련기는 내연기관보다 운영유지비가 저렴하다. 연료 및 유압계통, 발전기를 적용하지 않아 구조가 단순하고 생산기간이 줄어들며 정비도 용이하다. 소음이 적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항공기를 비롯해 군이 운용하는 기동장비가 제 역할을 하려면, 교육훈련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훈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장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한 공군이 조종사 양성에 1980년대 수준의 훈련기를 쓴다면, 조종 교육의 효율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차기기본훈련기 개발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할 이유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