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규정 위반 언론 제보 금융인
사측, 업무 방해·직장 괴롭힘 명목
징계 끝 해고…구제 위해 소송전
‘부정 계약’ 감사원 제보 전산 직원
부당 전보·승진 불이익 ‘퇴사 압박’
“공익신고자 보복성 징계 제재를”
1996년 A 보험사에 입사해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노조위원장을 지낸 B(53)씨가 회사와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건 2020년부터다. 당시 B씨는 회사가 임원에게 격려금을 지급할 때 보수위원회를 개최해야 함에도 이를 어긴 사실을 인지했다. B씨는 한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렸고, 2020년 6월 관련 기사가 게시됐다. B씨는 “기사화가 되고 나서부터 회사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B씨가 문제제기한 사안은 실제로 위법한 것이라는 게 추후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말 A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9월 “A사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보수위원회 심의·의결 절차 없이 4차례에 걸쳐 임원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이 일 이후 B씨는 회사로부터 두 차례 징계를 받고 해고됐다. 2020년 12월 △재물손괴 △감사 수검 요구 불응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엔 △수십 차례의 업무방해 △경영진 비방·명예훼손 △대표 자택 앞 소란행위 △회사 비판 국민청원 글 게시 △회사 비판 보도자료 배포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감사 수검 요구 불응을 이유로 해임됐다.
B씨는 자신에 대한 징계사유들이 일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B씨가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회사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게 있고, 성희롱 발언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B씨에 대한 징계 사유엔 ‘B씨가 2020년 12월1일 오전 10시부터 10시18분까지 건물 6층 인사지원팀에서 고성을 질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B씨 휴대전화에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같은 시간 B씨는 3층에 머물렀다.
A사는 이에 대해 “업무방해가 실제로 이뤄진 날은 더 많으나 시간을 특정할 수 있었던 날만 징계사유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또 B씨가 노조위원장 3연임을 하려 했으나 이에 실패하자 2018∼2019년부터 해사행위를 했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각하당했고, 현재 대전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B씨는 지노위와 중노위 때 금전 문제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A사는 대형로펌을 선임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근무하는 C씨도 2019년 9월 감사원에 제보를 한 뒤 각종 불이익 조치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C씨는 회사가 용역업무를 수행하던 특정 업체에 계약금을 올려주며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사회에 알렸다. C씨는 감사원에 해당 제보를 하기 전 회사 감사부서에도 이를 알렸다고 한다.
제보 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2020년 12월 복직한 C씨는 구석자리 배치 등 불이익조치를 받았다. 그러던 지난 2월엔 갑작스럽게 홍보부서로 재배치됐다. 전산 경력직으로 입사해 관련 업무만 담당했는데, 갑자기 새 부서로 발령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당 인사조치를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중 하나로 본다.
C씨는 권익위에 이 사실을 알렸고, 권익위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회사는 5개월 만에 C씨를 관련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새로 온 부서의 단장은 C씨가 감사원에 제보했던 내용을 지시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C씨는 지난 8월 승진 심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씨는 “저에 대한 여러 보복성 불이익을 토대로 봤을 때 제가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느낌”이라며 “당사자가 되어 봐야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B씨와 C씨 사례처럼 내부고발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고발 이후 회사라는 큰 벽과 싸움을 하게 된다. 회사는 내부고발자라는 메신저 자체를 공격해 제보의 신빙성을 흐리거나, 내부고발자가 퇴사하지 않고는 못 버티도록 여러 압박을 가한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문은옥 간사는 “제보를 하고 신분이 드러나면 조직에선 제보자를 징계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다 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범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도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익신고자는 지속적이고 집요한 보복조치로 인해 여러 징계사유에 해당돼 있을 개연성이 크고, 이로써 부당해고 등 징계 조치가 적법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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