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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 ‘폭발’ 앞둔 1기 신도시…주민들이 재정비 재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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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17 10:00:51 수정 : 2022-10-17 10: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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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와 주차난으로 신음
"414 단지 전체 재정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한숨
“안전진단 면제 약속 지키고
정비예정구역 지정부터” 촉구

 

‘30년 정도 된 아파트면 아직 살 만하지 않을까?’

 

1기 신도시의 신속한 재정비를 요구하는 주민들을 보며 처음 들었던 의문입니다.

 

이 의문에서 시작해 지난 한 달여 간 분당(경기 성남), 일산(〃 고양), 산본(〃 군포), 중동(〃 부천), 평촌(〃 안양) 5곳을 전부 다녀본 결과 이들 신도시 주민 누구 할 것 없이 개선을 호소한 건 누수와 주차난이었습니다.

 

누수는 주로 아파트 바깥벽의 균열이나 배관 노후화 탓에 발생했는데, 아무리 고쳐도 문제가 재발해 ‘반포기’ 상태로 지낸다는 게 주민들의 넋두리였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고양시 일산동구의 백송마을 5단지 아파트 내 두 가구에 직접 들어가 살펴보니 깔끔하게 정돈된 다른 곳과 달리 베란다 천장 페인트는 흉측하게 벗겨져 있었습니다.

 

가구당 1대에 못 미치는 주차 대수도 모든 1기 신도시 아파트에서 매일 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습니다.

 

방문한 아파트 단지마다 낮부터 이중 주차된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소방차 주차구역 침범도 흔한 일이었습니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평촌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가구당 주차 대수가 0.27대에 불과해 밤이면 주차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무색하게 주변 도로까지 차량이 떠밀려 나와 있었습니다.

 

 

◆“414단지 한꺼번에 노후화 ‘폭발’ 어떡할 건가”

 

국토연구원과 경기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들 1기 신도시 5곳의 규모는 모두 414단지, 29만여 가구, 인구 113만여명(2019년 기준)에 달합니다.

 

정부가 재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거듭 공언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더 재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시에 노후화되는 아파트 단지를 순차적으로 재정비해야 하는 만큼 후순위로 재정비될 아파트 주민들은 수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탓입니다.

 

신소원 일산 백송 5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감사는 “3∼4년 내로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대부분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이 된다”며 “노후화에 따른 주민 불만이 한 번에 폭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재정비를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놓지 않으면 후순위로 지정될 단지는 재건축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은혁진 중동 신도시 재건축 연합회장도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은 회장은 “서울에 있는 40∼50년 된 아파트도 재건축이 안 됐는데, 30년밖에 되지 않은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무슨 재건축이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다만 전체 도시에서 몇 개 단지가 낡아가는 것과 도시 전체가 한꺼번에 낡아가는 것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건축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초기 관문은 세 가지입니다. 성남시를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가 10년 단위로 수립하고 5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야 합니다.

 

이어 A∼E등급으로 구성된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합니다.

 

이후 지자체가 정비예정구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정비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에서 준공까지 7∼10년가량이 소요됩니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범재연) 회장은 “분당만 하더라도 10만여 가구를 2만 가구씩 5곳으로 나눠 정비예정구역으로 순차 지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마지막 5번째 구역의 주민들은 25년을 꼬박 기다려야 시작 단계에 들어간다”며 “예정구역 지정을 2∼3년 단위로 해서 10만 가구를 10년 내 전부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안전 진단도 완화가 아니라 면제를 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주장한 게 아니고 대통령이 공약을 걸었으니 그걸 지키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2024년 중 선도 구역 지정’ 발표에도 반발 커

 

앞서 지난 11일 국교부는 정비 사업을 우선 추진할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오는 2024년 중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선도지구는 논점 회피용 정치 언어”라며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경쟁 과정에서 5개 도시 간 단합을 무너뜨리고 시간을 끌려고 하는 건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선도지구’라는 등 변죽을 울리지 말고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 안전진단 면제라는 공약을 이행하면 될 일”이라며 “이와 함께 정비예정구역을 1차부터 n차까지 예고 지정해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토부는 선도지구 선정 계획 발표와 함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특별작업반) 협력분과 위원으로 참여할 지역별 총괄기획가를 위촉해 정부·지자체·주민 간 소통과 지자체 정비기본계획 수립 시 자문 역할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최 회장은 “TF가 회의 때마다 심도 있는 논의 없이 ‘행사 하나 열었다’ 식으로 끝나면 사업의 속도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시 정비 관련 경력이 20년 정도 되는 전문가 2∼3명을 지역별 TF에 배치해야 한다”며 “시민의 목소리를 눈치 보지 않고 전달할 시민단체 소속 1∼2명도 TF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글·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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