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함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도 추가로 올라 가계 빚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금융권에선 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연 8%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수억원씩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경우 월급의 상당 부분을 은행 빚을 갚는 데 써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뉴스1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전날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은행 대출창구와 주요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자 상환 부담을 토로하는 게시글과 문의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7월에 이은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이다. 또한 4·5·7·8월에 이은 한은 사상 최초의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1년2개월만에 8차례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3.0%로 무려 2.5%p가 올랐다. 3%대의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도 순차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차주들의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의 빅스텝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내 연 8%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달 말 약 13년만에 연 7%를 넘어섰다. 혼합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담대 변동금리와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역시 금리 상단이 연 7%에 근접했다.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33만원(연간 약 1596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9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8%로 오르면 초기 월이자는 266만원(연간 약 3192만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은행에 매월 300만원 가까이(294만원) 갚아야 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528만원으로, 직장인 연봉의 상당 수준에 육박한다. 월급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이번 빅스텝으로 인해 연간 전체 가계 이자부담은 6조9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기준금리 인상폭인 2.5%p를 반영하면 1년여 만에 불어난 가계의 이자부담액은 34조5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1인당 연간 163만원 정도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 무리하게 빚을 끌어다 쓴 20~30대 영끌족이 이번 금리인상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조사에서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2000억원 늘었다. 그중 취약차주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다. 30대 차주의 LTI(소득대비대출비율)는 280%에 달한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에 따른 부동산 영향에 대한 질문에 "금리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불안의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어 죄송스럽지만, 거시경제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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