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 역시 불법체류 중국인…피의자들에게 현금 225만원 강탈돼
납치 후 입막음 위해 성폭행하기도
지난해 제주시의 길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납치 사건이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그 전말을 드러냈다. 가해자 2명과 피해자 1명 모두 불법 체류중인 중국인이었으며, 피의자들은 재산 강탈과 함께 폭행은 물론 성폭력도 자행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한 피의자 A씨(42)와 B씨(35)에게 원심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18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승합차를 몰고와 평소 알고 지내던 B씨를 제주시의 한 마트 앞에서 만났고, 그에게 40대 여성 C씨의 납치에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C씨의 불법 체류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씨는 C씨가 마트 인근 주거지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고, B씨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B씨가 걸어서 C씨의 뒤를 밟고, A씨가 승합차로 C씨의 앞을 가로막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들은 납치극을 즉시 실행에 옮겼다. 승합차로 C씨의 자택까지 이동한 A씨와 B씨는 그녀의 집 근처에 숨어 C씨가 나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6시40분쯤 날이 밝고 C씨가 집에서 나오자 A씨와 B씨는 그녀를 붙잡아 승합차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C씨가 당황하며 저항하자 A씨는 태연하게 “법무부에서 체포하러 왔다”며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공무원 행세를 했다.
A씨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승합차를 몰 동안 B씨는 뒷좌석에서 주먹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등 C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차 안에 있던 줄로 C씨를 포박하기도 했다.
그렇게 납치에 성공한 A씨는 C씨의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일이 생각처럼 안 되자, A씨는 C씨의 집에 있는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두 사람은 C씨를 협박해 그녀의 자택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A씨가 승합차 안에서 C씨를 감시하는 동안 B씨는 C씨의 자택에서 현금 225만원을 챙겨 나왔다.
이어서 이들은 그녀가 경찰에 신고할 수 없도록 겁박하기도 했다. A씨는 휴대전화로 C씨를 유사강간·추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6개월 간 매달 5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C씨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고, 납치·감금 2시간 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C씨는 자신의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전전긍긍하다 용기를 내 피해 12일 만인 같은 달 30일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신고 사흘 만인 그 해 10월3일 제주시에서 A씨를, 서귀포시에서 B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 검거 과정에서는 약 400m에 걸쳐 도심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두 피의자는 법정에서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A씨는 “B씨가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B씨는 “A씨의 부탁에 마지못해 범행에 가담한 것일 뿐 그가 성행위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맞섰다.
지난 4월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극히 흉악한 범행”이라며 A씨에게 징역 12년을,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두 사람에게 10년 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했다.
이에 A씨와 B씨 및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에서도 불복한 A씨는 상고까지 했지만 대법원 역시 이를 기각하며 두 피의자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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