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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에 커피믹스로 버텨”… 봉화 광산 고립자 2명 ‘건강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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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05 10:56:49 수정 : 2022-11-05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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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지점 30m 떨어진 공간서 발견
괭이로 10m가량 직접 파내기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건강 상태 양호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고립된 두 광부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했다.

 

윤영돈 경북 봉화소방서장은 5일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 11시3분쯤 두 분을 구조했다”며 “구조 장소는 사고 발생 장소 부근”이라고 설명했다.

 

4일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된 작업자 2명이 생환한 가운데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봉화=연합뉴스

사고 당시인 지난 10월26일 작업반장 박모(62)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는 제1 수직갱도 3편 지하 190m, 수평 거리 70m 지점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발견 장소는 매몰사고 당시 작업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원형의 공간이다. 사방에서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구조였다.

 

이들은 갱도에 고립되자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피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물에 타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며 버텼고,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떨어지는 물을 마셨다.

 

이들은 천공기를 이용한 시추작업 소리도 다 들었다고 한다. 시추작업 때 발생하는 기계 소리가 들리면 희망을 품고, 잠시 기계가 멈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실망했다. 또 갱도 내 폐쇄 지점을 괭이로 약 10m가량을 파내기도 했다. 막힌 지점을 파 내려가며 전력을 아끼기 위해 서로 번갈아 가며 헤드랜턴을 켰다.

 

고립된 갱도 폐쇄 지점은 전날 오후 10시쯤 완전히 뚫렸다. 이들은 구조 당국의 부축을 받으며 두 발로 지상에 걸어 나왔다.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이다. 

 

작업반장의 아들 A(42)씨는 “아버지는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며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작업반장 박씨는 캄캄한 갱도에 오래 있은 탓에 시간개념이 흐려져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왔냐”고 가족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구급차에 오르며 보조 작업자 박씨는 구급대원에게 “미역국과 콜라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는 지난 10월26일 오후 6시쯤 광산 제1수갱에서 엄청난 양의 펄이 수직으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사고로 두 광부가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그간 구조 당국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구조 완료 후 병원에 이송된 이들의 체온은 34∼35도로 측정됐다. 의학적으로 건강 상태 역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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