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대통령실이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은 데 대해 “언론 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인에게도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게 피해 줄 수 있고, 국민에게 피해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가 다시 기자들 앞에 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출입기자의 출입 금지시킨 적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기자실을 대못질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게 언론 탄압이고 통제”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MBC 출입기자들에게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MBC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순방 전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해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는데 입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 여러분들도 그렇고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MBC 앵커 출신인 배현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의 경우는 그간의 숱한 왜곡, 편파 방송 등을 시정하고 재발 방지해달라는 요청을 일관되게 묵살해온 MBC측에 정부가 고심 끝에 응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MBC가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자사 취재진들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통해 순방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비꼬았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MBC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 현장에서 취재와 보도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자연합회는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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