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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의 SNS 비공개 사진·동영상, 상속 길 열릴까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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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7 14:10:19 수정 : 2022-11-27 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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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사진·동영상 등 디지털 자산
상속 관련 법적근거 없어 혼란 지속
싸이월드, 법제화 찬반투표 진행 중
중간집계 결과서 90% 이상이 ‘찬성’

국힘 허은아 입법 위한 토론회 개최
디지털 자료 상업적 가치 부여 추세
강제적 유산 상속 개념 도입은 이견
‘공개 범위 설정’ 보완책으로 떠올라

#1.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해 갑작스런 부친상을 당한 뒤로 줄곧 후회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선친의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혹여 전체공개로 설정돼 있지 않은 사진이 있을까 싶어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결국 비밀번호를 찾지 못 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김씨는 “아버지 상을 치른 직후 휴대전화를 해지했는데, 아직도 후회로 남는다”며 “그나마도 아버지 계정이 아예 사라지진 않아 사진을 몇 장 건진 걸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털어놨다.

 

#2.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2010년, 산화한 46용사의 유가족은 당시 가장 유행하던 SNS인 싸이월드 측에 고인의 사진과 동영상 등 게시물을 넘겨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관련 법령 부재와 회사 방침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싸이월드가 싸이월드제트에 인수되고, 올해 서비스를 재개한 뒤에야 일부 유가족이 고인의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천안함재단 이환근 사무총장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사망 또는 실종 선고된 자가 보유하고 있던 온라인에 소재한 디지털 형태의 재산에 관한 권리 및 의무’. 국회입법조사처는 2013년 ‘디지털 유산’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념이 정립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디지털 유산의 승계, 특히 고인(故人)이 남긴 디지털 유산 상속 관련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참사, 올해 이태원 압사 참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10대~30대 희생자가 많이 나온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면 SNS 기업 등에 고인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전해 받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요청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법·제도의 미비로 개별 기업이 사진·동영상 등의 인계를 아예 거부하거나 자체 방침에 따라 제한적 범위에서만 넘겨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제화 93%가 찬성… 상속엔 이견

 

한때 ‘국민 SNS’로 불렸던 싸이월드가 지난 4월 서비스를 재개한 뒤, 이용약관에 ‘회원의 사망 시 회원이 게시한 게시글의 저작권은 별도의 절차 없이 그 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디지털 유산 승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고조됐다. 25일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의 토론공간 싸이아고라에서 ‘디지털 유산 상속을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 중인 찬반투표 중간집계(지난 7일~23일)에 따르면 참여자의 93%(2만7072명)가 ‘찬성’이라고 답했다. ‘반대’는 7%(1980명)에 그쳤다. 투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유가족에게 디지털 유산을 승계해야 하는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선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PMI)가 KBS ‘시사기획 창’ 의뢰로 지난 8월8일부터 17일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개인 SNS 계정을 보유한 만 14세 이상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선 본인 사후에 가족에게 SNS 공개·비공개 기록물을 인계해줘선 안 된다는 응답이 25.0%로 나타났다. 가족에겐 모든 자료를 인계해줘야 한다는 의견은 35.6%, 자신이 생전에 공개한 자료만 인계해줘야 한다는 의견은 39.2%로 각각 조사됐다. 반면 인계 주체를 타자화(SNS 계정주로) 했을 땐 41.4%가 ‘계정주 사망과 동시에 모든 SNS 기록을 삭제 처리하는 게 좋다’고 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유족의 권리냐, 프라이버시 침해냐

 

최근 정치권에선 디지털 유산 승계 관련 입법 움직임이 일어 눈길을 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인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디지털 유산 승계 제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허 의원은 “디지털 유산은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자 한 시대의 문화”라며 “우리나라는 몇몇 기업이 자체 규정을 통해 디지털 유산을 관리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제도가 없다. 입법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도 기업도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화 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지난 8일 주최한 ‘디지털 유산 승계 제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허은아의원실 제공

발제자로 나선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정보보호학과장)은 “디지털 유산이 (고인의) 프라이버시냐 상속 대상이냐, 잊힐 권리냐 역사적 기록물로서의 가치냐 등 상이한 관점이 존재하는데, 아직 대중적 인식과 공감대 형성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유산을 ‘자산’으로 구체화하고 미국처럼 ‘관리자’와 ‘수탁자’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디지털 유산이 가족에게 물려줬으면 하는 성격의 것인지, 그냥 삭제했으면 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건 당사자뿐”이라며 “결국 본인이 생전에 그런 구분을 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제화 과정에서) 맞는 방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천안함재단 이 사무총장은 “(상속을 신청하는)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 신청서류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법 시행 이전 사망자 등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 유산 승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전에 ‘공개 범위’ 설정 가능해야”

 

현재 국내에서는 디지털 유산 승계에 대한 별도의 법 규정이 없어 민법의 상속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재산적 가치가 없는 SNS상의 사진과 글 같은 정보는 상속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토론에 참석한 김명보 변호사(법무법인 명천)는 “법적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은 고인이 온라인 공간에 남긴 글이나 사진에도 상업적 가치를 매길 수 있게 됐다”며 “결국은 디지털 유산 상속도 재산권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게 제 발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고인이 생전에 비공개로 설정한 정보(글, 사진 등)를 유가족에게 제공하는 게 맞냐, 이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생전에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도 통화에서 “(디지털 유산 승계 관련 입법에서) 강제적인 유산 상속 개념보다는 개개인이 생전에 서비스에 가입할 때나 로그인할 때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소장은 또 “디지털 유산의 범위를 지금 논의되는 것보다 확대시켜서 스마트폰 자체에 대한 권한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애플 아이폰은 사용자가 죽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줄 수 있는 권한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 역시 중요한 디지털 유산이라며 “그런 부분도 기존 법으로 커버할 수 있겠냐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주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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