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8일째가 되면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멘트·철강 등을 중심으로 피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주유소에선 기름 대란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시멘트 부문 업무개시명령 하루 만인 그제 정부와 화물연대가 2차 면담에 나섰지만 40분 만에 결렬됐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품목 확대 불가’라는 정부 입장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품목 확대’로 맞섰다.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릴 정도로 험악했다고 한다.
정부와 화물연대 측의 강대강 대치도 이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화 불가”, “안전운임제 재고”를 꺼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오늘 임시국회에서는 유조차(탱크로리), 철강 부문으로 업무개시명령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가 운송거부 차주에게 업무개시명령서와 우편송달을 마치자 비회원을 중심으로 복귀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시멘트 출하량도 전날 대비 2배 늘었다. 서울·대구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거나 협상을 타결하면서 파업동력이 약화됐고 기획파업 논란 속에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그런데도 화물연대는 3일 집회에 이어 6일 총파업을 거론하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작금의 상황은 엄중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1월 수출입동향에서 수출은 519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4% 급감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29.8%), 석유화학(-26.5%)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수출 감소세가 두 달 연속 이어졌다.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도 71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8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도 425억달러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윤석열정부는 명분없는 파업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품목을 종사자들의 조직화가 쉬운 철강, 자동차, 사료·곡물 등 5개 품목으로 늘려달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운송거부 장기화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치명타다. 노·정 간 강대강 대치가 수출 셧다운으로 이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으로 돌아온다. 운송 거부를 푼 뒤 차분하게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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