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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보다 ‘성장’위한 드리블 나서길 [서필웅 기자의 중동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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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1 19:00:00 수정 : 2022-12-01 21: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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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을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좋은 기억만큼 씁쓸한 기억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 0-5 패배는 아직도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당시 세계 최정상 팀이었던 네덜란드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90분이 끝난 뒤 전 국민이 좌절했다.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무기력함이 그대로 전달돼 우리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앞둔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1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 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최종전을 앞둔 현재 축구팬들은 기대만큼 불안도 크다. 포르투갈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상대로 공격 대 공격으로 맞불을 놓아야만 한다.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서는 반드시 포르투갈을 잡아야 하고, 우루과이, 가나와 골득실을 놓고 경쟁하려면 다득점까지 해내야만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베르나르두 시우바, 브루누 페르난드스 등 막강한 공격자원들이 존재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수비보다 공격에 주력해야 하다니. 어쩌면 24년 전 네덜란드전처럼 한국축구 역사에 또 한 번의 기록적 대패가 될 가능성도 상당한 경기다.

 

다만, 그때와 달리 선수들의 패배가 팬의 좌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긴 세월 동안 끊임없이 세계무대에 도전하며 한국 축구도, 축구팬도 그만큼 성장한 덕분이다.

 

16강 진출 목표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분명 특별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선수들은 그동안 해본 적 없었던 주도하는 능동적 축구를 4년간 몸에 체화해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조별리그 1, 2차전 결과는 1무1패로 아쉬웠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러웠기에 선수들은 그 누구도 자신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성장 속 포르투갈을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더 놀라운 것은 팬의 성장이다. 1무1패라는 좋지 않은 중간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대표팀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중이다. 수십 년 동안 한국 축구가 세계무대에 도전하면서 팬도 대표팀의 발전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이제 한국 축구팬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제 몇 시간 후면 긴장되는 경기가 시작된다. 기적을 만들 수도 있지만 대패가 될 수도 있는 경기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선수들이 도전하기를 바란다. 선수들과 함께 팬도 성장했기에 우리는 포르투갈전 결말이 어떻게 됐든 박수를 쳐줄 것이다. 그리고, 좌절하지 않고 행복할 것이다. 이런 마음이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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