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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연속 예결위 ‘패싱’… 국회, 예산심의 스스로 내팽개쳤다

입력 : 2022-12-01 18:30:13 수정 : 2022-12-01 22: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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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부의’제도 문제점 드러나

여야 정쟁 탓 예결위 심사기일 못 지켜
예산안 심사 ‘마지막 관문’ 다시 무력화

600조 넘는 예산 비공개 ‘소소위’ 심사
밀실서 ‘쪽지예산’ 등 마음대로 주물러

자동부의 땐 여야 예산 수정 내용 몰라
심의 일정도 짧아 심사 부실 논란 여전
소위 개최 의무화 등 대책 마련 절실

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합의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자동부의(附議: 토의에 부침) 제도’가 도입된 이래 올해까지 9년 연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의결을 건너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본연의 예산심의 기능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행안위 충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오른쪽 세 번째)이 1일 행안위 회의장에서 발언권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결위는 2014년 예산안을 기한 내 심사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으로 자동 부의되는 제도(국회법 제85조의3)가 도입된 이래 전날까지 9년 연속 예결위 의결을 거치지 못했다. 이는 과거 정부 예산안 심의가 법정 시한인 12월2일을 넘어 같은 달 31일까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이 때문에 정작 국회 본연의 예산심의 기능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국회가 연말까지 예산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준예산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심사 막판에 이를수록 국회의 심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반면 자동부의 제도 도입 이후 정부는 예산심의가 되지 않더라도 정부 원안이 자동부의 되는 탓에 국회의 눈치를 보는 대신 자신들의 예산 편성권을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자동부의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본회의 전날까지 예결위 여야 간사가 예산안 수정안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기획재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도 예결위 의결이 불발된 이후 여야 지도부 극소수만 참여하는 이른바 ‘소(小)소위’ 협의체에서 예산안 수정을 논의하는 것을 마다치 않는 분위기다. 예결위 회의는 속기록에 기록이 남고 언론에서도 회의를 방청하기 때문에 ‘쪽지예산’ 등 외부의 입김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예결위 심사 시한을 넘긴 이후 진행되는 절차인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여야의 단순 협의체로, 속기록이 남지 않고 언론의 감시에서도 벗어나 있어 ‘깜깜이 예산’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 절차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돼 논의하고, 정부의 시정연설 이후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거쳐 예결위 심사, 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로 이송된다. 그러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예결위 심사가 그동안 무력화해온 셈이다.

6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단기간에 심의하다 보니 매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지난해 12월2일 예결위 회의에서 “2014년 자동부의가 시행된 이래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연례적으로 (자동부의가) 반복”이라며 “자동부의 제도가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을 위축시키는 부분은 없는지, 심사 기간은 이대로 충분한 것인지, 법규와 제도를 보완하거나 정비할 부분은 없는지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예결위 기능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자동부의 도입 당시 취지는 좋았으나 이후 예결위와 조세소위 심사가 부실해지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과거에는 의원들이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2∼3회독하고 가능한 한 합의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이 같은 전례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세소위 세법 개정은 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1회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정교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쟁을 떠나 국회 본연의 기능인 예산안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예산안 심의 일정을 앞당기고 예결위와 조세소위 위원들만큼이라도 당론과 무관하게 회의 참석 의무를 부과해 성실한 예산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의결이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년간 이 시한을 지킨 것은 2015년과 2021년 단 두 차례뿐이다. 2013년과 2014년도 예산안은 이듬해 1월1일에야 의결됐고, 지난해는 12월3일, 2020년 12월10일, 2019년 12월8일 등 예산안 지각 통과는 일상이 됐다.


조병욱·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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