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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팀목’ 수출 두달째 감소… ‘효자’ 반도체 29.8% 감소에 휘청

입력 : 2022-12-02 06:00:00 수정 : 2022-12-02 08: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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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수출 14% 급감… 두달째 ↓
글로벌 경기둔화·파업 등 영향
무역적자도 IMF 후 최장 ‘비상’

최대 실적 자동차 선전 빛바래
중국 봉쇄 장기화로 적자 계속
화물연대 파업 계속 땐 악영향

2023년 무역환경 더 어두워질 듯
“품목·시장 다변화 필요” 지적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이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실적 악화 영향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액 급증 탓에 무역수지 적자는 8개월째 이어지며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603억3000만달러) 대비 14.0% 감소했다. 지난 10월(-5.7%)에 이어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11월 수출은 품목별로 보면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주력인 반도체(-29.8%), 석유화학(-26.5%) 수출이 많이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31.0%), 석유제품(26.0%), 이차전지(0.5%)는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는 월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수출 감소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1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1.9% 증가하며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1∼11월 누계 기준 수출 실적은 629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1월에 누계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58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이 155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122억1000만달러)보다 27.1%나 급증하며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지난달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무역수지는 70억1000만달러(약 9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8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2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올해 1∼11월 누계 무역수지는 425억6000만달러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297억3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722억9000만달러나 악화한 것이다. 연간으로 종전 최대 적자인 1996년의 기록(206억2400만달러)을 이미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 같은 무역수지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에너지원 수입액 급증이 꼽힌다. 올해 1∼11월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74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8억달러 늘었다. 이 증가액은 같은 기간 전체 무역적자 규모보다 300억달러 넘게 많다.

산업부는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는 제조 기반 수출 강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효자’ 반도체 29.8% 감소에 휘청… 對中 수출 부진도 발목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흔들린 것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도 악영향을 미쳤다.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모든 부처와 유관기관의 수출지원 역량을 결집해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해 총력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8%나 감소했다. D램, 낸드플래시 등의 글로벌 수요 약세로 제품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D램 고정가는 올해 초 3.41달러에서 10∼11월 2.21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의 대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38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9.7%나 감소하면서 시스템반도체(42억5000만달러)보다도 적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는 경기 변화에 둔감한 편이고, 시장 규모도 2배 이상에 달한다”며 시스템반도체 생산·수출 확대를 통해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된 수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세계 선두가 되겠다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산업부는 “반도체 수출 감소는 전방 산업인 IT(정보기술) 기기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 등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설비 투자 축소 계획과 공급량 조절 등에 따라 내년 하반기 이후 차츰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도체에 이어 수출액 2위인 자동차는 지난달 54억달러를 기록하며 11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수출 증가세는 5개월째 이어졌다. 하지만 반도체의 부진이 워낙 커 자동차의 선전은 빛이 바랬다.

 

수출 상대국별로 보면 최대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한 것이 뼈아팠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113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5%나 감소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강력한 봉쇄조치가 장기화하면서 반도체(-36.1%), 석유화학(-26.2%), 일반기계(-21.1%), 무선통신(-8.2%) 등의 실적이 많이 악화했다. 중국에 이어 수출액 2위인 아세안(90억8000만달러)도 전년 동월 대비 13.9% 감소했다. 거대 시장의 부진이 한국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지난달 30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문제는 당장 급격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세계경기 둔화가 계속되면서 수요가 약해져 수출을 압박하는 데다 최근 국내에서는 화물연대 운송거부도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기 둔화로 제품 가격이 하락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이 줄며 11월 전체 수출이 감소했다”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12월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무역환경은 내년이 더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은 전날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와 러시아·우리크라이 전쟁 여진이 계속되고, 통화긴축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하강 국면에 집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대내외 무역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 수출과 수입은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은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4% 감소한 6624억달러, 수입은 국내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8% 줄어든 676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주요 시장별 맞춤형 수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미국·중국 3대 주력시장에 대해서는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한편 국가별 맞춤형 수출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 3대 전략시장은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 등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 현지진출 지원 및 수출확대를 촉진한다.

 

이 장관은 “주력 시장과 산업별 맞춤형 수출 전략과 무역금융, 마케팅을 확대하고 부처·기관별 수출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전 부처의 수출 지원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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