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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집값에 발목 잡힌 반지하 매입·바우처… “중장기플랜 필요”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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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5 06:00:00 수정 : 2022-12-05 08: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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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반지하 주택 근절 대책 4개월 되돌아보니

SH 반지하 주택 매입 공고부터 혼란
준공 30년 한정·가구 전체 동의 요구
2022년 1000가구 매입 목표 세웠지만
고가 매도·주거지 개발 기대에 난항

지상층 이주 가구 지원 현실성 낮아
“반지하 보증금으로 원룸이나 가능”
“침수 후에도 주택 거래 여전히 활발
공공임대 확대 정책 꾸준히 이어야”

지난 8월 수도권 집중호우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근절 대책을 내놨다. 시는 단계적으로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퇴출할 계획이지만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반지하 세대를 지상으로 유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서울의 높은 집값을 상회할 만한 인센티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핀 채 방치된 반지하 주택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반지하 주택이 8월 침수피해로 벽면에 곰팡이가 핀 채 방치돼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안심동행주택 1호로 정하고 주거환경 개선에 착수했다. 안승진 기자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직접 매입해 이를 신축하고,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하면 월 20만원씩 2년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지하 거주민들은 “인근 집값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고 한숨 쉬고 있다. 반지하 가구를 흡수할 대안인 공공임대주택도 관련 예산 처리를 두고 국회에서 충돌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 반지하 매입 계획… 시작부터 난항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10월2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민간 반지하 주택 매입 신청을 받았다. 기존 반지하 주택을 활용해 임대주택이나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반지하 매입은 공고 단계부터 혼란을 빚었다. 지난 10월7일 SH의 매입 공고에는 준공 이후 30년 이내 반지하 건물을 대상으로 매입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하층이 3분의 2 이상이라 침수 위험이 높은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30년이 넘은 주택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SH는 건령 기준을 삭제해 수정 공고를 냈다.

SH의 당초 계획은 반지하 건물을 통매입해 신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상층에 거주하는 가구까지 매입 동의를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결국 전체 세대 중 절반 이상 매입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수정됐다. 반지하 가구가 동의해도 지상층 가구가 비싼 가격을 제시할 경우 매입 자체가 힘든 문제는 여전했다. 서울 내 저층주거지 정비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을 기대하는 반지하 주택 소유주도 적지 않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는 2026년까지 반지하 주택 1만6400호 매입을 목표로 한다. SH는 우선 올해 반지하 1000호를 매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SH는 목표치 달성을 위해 반지하 매입 신청 접수를 기존 11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지하를 없애기 위해 불필요하게 인접 주택을 매입하는 자체가 예산낭비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석 서울시의원은 “SH는 2020년부터 반지하 세대 지상 이전을 추진했으나 아직 거주 중인 반지하 매입주택이 255세대에 달한다”며 “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상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반지하 매입으로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매입주택 활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주민 의견수렴,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다각적인 활용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높은 서울 집값… 반지하 바우처 등 실효성 있나

서울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접수 중인 반지하 특정바우처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 8월 집중호우 당시 반지하 거주자 중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321만원 이하) 가구여야 하고 주거급여, 청년월세 수급자,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동작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 14년째 거주 중인 박모(56)씨는 “월 20만원으로 지상층 빌라로 이주는 원룸이나 가능하다”고 푸념했다. 박씨는 “방이 2개 이상인 반지하 전세라도 서울에서는 2억원을 훌쩍 넘는 게 현실인데 인근에 지상층으로 옮기려면 1억원이 넘는 추가 보증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월 20만원을 2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취약계층일수록 교통이 좋은 곳을 선호하고 어르신들은 공동체 생활권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반지하를 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반지하 가구를 인근 지역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매입전세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입전세임대주택 사업은 지상층 공동주택을 매입해 공공이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SH는 올해 매입임대주택 물량 목표치로 6150호를 설정했으나 지난달 14일 기준 매입에 성공한 주택은 396호(6.4%)에 불과했다.

서울 시내 한 반지하 주택 모습. 연합뉴스

◆반지하 거래는 여전… “공공임대정책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그 사이 서울의 반지하 주택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중개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내 반지하 주택 등록 건수는 4894건으로 전년 같은 달(4758건)보다 136건이 늘었다. 서울 집중호우 이전인 지난 7월 5028건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서울의 반지하 가구는 약 20만호로 추정된다. 전문가는 이들을 지상층으로 끌어올리려면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의 30% 수준인 5조7000억원을 삭감해 제출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서울에 한해 공급하는 주택 수가 5만호라면 이 중 공공임대는 1만호 수준에 불과하다”며 “20만 반지하 주택 중 침수위험이 있는 곳은 10만호에 육박할 텐데 이들을 공공임대로 모두 보내려면 약 10년이 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반지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반지하 밀집 지역에서의 정비 사업을 서두르는 방식으로 공공임대정책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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