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 투입 5대 추진 전략 수립
기술 로드맵 용역 통해 동향 분석
대학·연구기관 등 협의회 추진도
전기차 해체 ‘테어 다운’ 프로젝트
지자체 첫 단독 부품 전시회 개최
청라 ‘커넥티드카 인증센터’ 유치
컨설팅·교육도… “기업 혁신 견인”
유정복 인천시장
“GM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배정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총력”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과거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전기·수소),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 미래차 중심으로 급격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간략히 CASE(Connectivity·Autonomous·Sharing·Electricity)로 정리된다. 미래차 산업은 전기·전자,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등과 융합돼 전장화 및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향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적 성장동력이라는 데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동시에 기술 인력도 신기술 융합 가속화로 이 분야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내연기관차는 감소 추세다. 이런 흐름은 고용 변화의 동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국내 첫 현대식 차량 생산공장이 1962년 인천 부평구에 설립된 이래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인천 제조업의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도 현재의 시대적 파고와 맞물려서 위기를 맞았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인천시에서 부품 및 핵심기술 육성으로 미래차 산업 주도권 선점에 나서 주목된다.
◆대학, 연구·유관 기관 전문가들 머리 맞댄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2016∼2020년 최근 5년간 지역 자동차 산업은 연평균 사업체 수 5.5%, 종사자 수 5.2% 수준이 축소됐다. 이는 제조업(-0.9%)보다 상당히 큰 폭이다. 앞으로 10년 사이 미래차 시장의 성장률(전기차 31%, 자율주행차 40%, 커넥티드카 22%)과도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내연기관차가 미래차로 바뀔 땐 엔진, 동력전달 등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개에서 1만8900개 정도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시가 자동차 부품기업 628개사 가운데 설문에 응한 102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를 보면 상당수(95.1%)는 미래차 전환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절반이 넘는 57.8%가 손을 놓고 있었다. 곧 닥칠 상황이지만 자금난, 기존 부품의 호환성 부족, 수요·공급처 확보 불투명 등의 이유를 들어 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 고도화로 산업구조를 재편한다는 포부다.
시는 올해부터 5개년에 걸쳐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시행 중이다. 세부적으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산업 특화육성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선도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촉진 △부품기업 혁신성장 지원 △산업 육성 지원체계 구축 등 5대 추진 전략과 25개 중점 과제를 도출했다. 2026년까지 1100억원(국비·민간 포함)을 투입한다. 2030년 기업 수 885개사(+257개사), 매출액 17조5000억원(+3조2000억원), 고용 3만512명(+8561명)의 장밋빛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미래차 기술 로드맵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국내외 시장 동향, 부품 및 기술 트렌드,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의 최첨단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하기 위한 취지다. 차종별 주요 부품의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제시해 관련 업체가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 설정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또한 이 분야의 협의회를 출범시켜 대학, 연구·유관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고 현장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구상이다.
◆로봇랜드 커넥티드카 국가 전략 거점으로 도약
시는 전 주기 프로그램을 도입해 부품기업의 미래차 기술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연구개발(R&D)이 촉진되도록 글로벌 전기차 해체 뒤 내부구조를 분석하는 ‘테어 다운(Tear down)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 중이다. 얼마 전 완전한 분해 작업을 마쳤으며 조만간 송도컨벤시아에서 부품 전시회 및 세미나를 열어 배터리 등 주요 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인천테크노파크(ITP)·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과 함께 지방정부 단독사업으로는 최초 시도다.
시는 커넥티드카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해 주도권을 갖는 분야로 집중적으로 길러내고자 한다. 차량과 모든 사물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안전 및 편의성 모두를 향상시킨다. 완성형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커넥티드카 인증지원센터 유치에 성공한 서구 청라지구 로봇랜드를 국가 전략 거점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번 센터가 일정대로 2024년 건립이 마무리되면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소 인천사무소가 정식으로 문을 연다. 국비 175억원, 시비 261억원, 민간 32억원 등 468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4110㎡ 규모로 들어선다. 신속히 대응 가능한 원스톱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해당 기업의 투자 유치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 시는 미래차 산업정책 연구를 이어가고 간담회, 설명회, 자문회의 등 여러 거버넌스도 운영 중이다.
또 기술 전환을 위한 컨설팅과 재직자 교육 등을 개최하며 내년에는 시제품 제작, 국내외 시험 인증, 국가 공모 과제 협력이 포함된 신규 프로그램이 예고됐다. 조인권 시 경제산업본부장은 “인천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 산업은 그 생태계를 서둘러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앞으로 미래차의 기술 전환에 요구되는 사업 확대 시행으로 부품기업의 대대적 혁신을 견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GM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배정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총력”
“최근 인천의 자동차 산업 화두는 한국GM 부평2공장 폐쇄로 압축됩니다. 새로운 설비 가동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할 것입니다.”
유정복(사진) 인천시장은 1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GM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이 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유기적 협력체계를 갖추고 지역사회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장비들이 멈춘 데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협력 부품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도 나선다.
유 시장은 “현지에서 만들어지던 트랙스와 말리부가 단종되면서 지난달 말 부평공장이 문을 닫았다”면서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이 많다. 자금 및 여러 기술혁신 지원으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다. 이 분야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위로 매우 높지만 사업체·종사자 수, 출하액, 부가가치 등 전반에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남동구·서구·부평구에 집중됐고 그 주변에도 폭넓게 포진해 있다.
유 시장은 “신속한 미래차 전환 및 기술 고도화 등으로 재도약 발판 마련에 더해 옛 위상까지 회복하겠다”며 “장기적인 비전과 세부적 전략을 실천해 산업구조를 신속히 재편하겠다.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이 같은 시의 발걸음은 그간 다양한 추진정책과 결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성능시험, 인력양성 등 관련 부품 산업 육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 공모 선정, 청라에는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스택공장 및 한국자동차연구원 커넥티드융합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유 시장은 “인천테크노파크와 대학·기업이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해 추진 중인 국책사업 ‘초고속 V2X 통신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과제’를 부족함 없이 돕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계적 플랫폼은 통합지원센터를 조성해 완성시키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미래차 특별법 제정과 연계해 시 조례 공포·시행으로 안정적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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