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경제 분야 탄소중립에 더 박차를 가하고자 탄소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한다. 발전부문부터 각종 제조업은 물론 난방과 수송부문까지 배출권거래제 도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18일(현지시간) 29시간의 긴 논의 끝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그린딜 전략을 강화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혁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EU와 유럽의회는 배출권거래제 적용 범위를 난방과 도로교통, 항운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27개 가입국은 전력 발전부터 철강 제조까지 온실가스 감축 속도 또한 가속화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최소 55% 줄이고 2050년이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피터 리제 유럽의회 수석대표는 브리핑에서 “유럽 역사상, 일부가 표현하기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후법”이라며 “우리는 가장 저렴한 가격에 기후 문제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고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존 그린딜 전략의 일부는 변경했어도 성장 전략의 기초로 녹색 전환을 더 지지하게 됐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도 완화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는 우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출권거래제 강화에 따라 역내 발전소 및 공장 등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시설 범주도 확대됐다.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배출권 무상할당’ 제도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는다. 2026년 2.5% 감축에서 시작해 2030년 48.5%, 2034년이면 100% 없앤다.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EU 배출권 가격은 이미 상승하기 시작했다. 올해 유럽시장에서 탄소 가격은 1t당 99.22유로(약 14만원)으로 상승해 국내 시장의 7배 수준이다. 지난 1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거래된 탄소 선물은 83.82유로로 마감했다. 5년 전에 비해 10배 넘게 뛴 가격이다.
2026년부터 시행하기로 확정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탄소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CBAM은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환경오염 가격’을 부과해 탄소를 많이 배출한 국가 내지는 기업의 탄소 누출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다. EU가 수입하려는 물품이 탄소 배출량이 기준을 초과하면 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해 탄소 관세를 매기는 셈이다. CBAM도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폐지 속도에 맞춰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스페인 다국적 금융서비스 기업인 빌바오 비즈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의 잉고 라밍 탄소시장 책임자는 “CBAM 도입을 주요 성과로 본다”며 “CBAM은 전 세계 탄소 가격 책정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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