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사건 피해 상담·소송 지원
실효성 있는 세입자 보호 대책 짜야
부동산 침체 여파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사례 689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사례만 추렸는데 이 정도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전세금을 물어준 건수와 금액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3754건, 799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2799건, 5790억원을 웃돌았다.
전세사기는 주로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 수법이 활용되는데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한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거나 매매가가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를 집중 매수하는가 하면 법인·바지사장·공인중개사·브로커 등도 동원된다. 40대 임대업자는 갭투기로 빌라를 9채 사들인 뒤 페이퍼컴퍼니에 모두 매도한 뒤 잠적했다. 건축주가 공인중개사, 브로커와 짜고 신축 빌라를 통째로 지급 능력이 없는 제삼자(바지사장)에게 넘긴 뒤 세입자를 모집해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부동산 침체가 심화할수록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빌라왕’의 사례처럼 HUG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수도권에서 무려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세놓은 40대 김모씨가 지난 10월 숨졌는데 세입자 중 500명이 이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구상권을 청구할 집주인이 사라진 데다 종합부동산세 체납과 상속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국토부가 어제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사건의 법률 상담 및 소송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서둘러 구체적 성과를 내기 바란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자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20·30대와 취약계층이 많다. 서민들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고 이마저 날리면 극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전세사기에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체납 등 관련 정보를 요구하도록 하고 최우선 소액 임차인 변제금도 1억5000만원에서 1억650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세입자가 집주인의 정보 제공을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변제금 1억6500만원도 서울 평균 전셋값 6억원에 비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국회와 함께 실효성 있는 세입자 보호 대책을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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