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일 국무회의에서 28일 0시를 기해 특별사면을 단행한다. 지난 23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사면과 복권 대상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은 국민통합과 화합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정치공방과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지사를) MB 사면의 들러리로 세운 ‘꼼수’ 사면이라고 쏘아붙였고 여당은 ‘여론조작 사범’인 김 전 지사 복권까지 요구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맞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MB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자금 252억원을 횡령하고 삼성 측으로부터 소송비 89억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2년6개월의 수감생활을 했고 현재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81세 고령인 전직 대통령에게 17년형을 다 채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임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국가적 기여도 적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유죄 확정과 수감은 국격 차원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이제 결단할 때가 왔다. 더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더 많은 만큼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그 이유와 필요성을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면에 여야 정치인을 두루 포함한 건 바람직하다. 박근혜정부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지사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 복역 중인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형 면제로 가닥을 잡아 논란을 빚고 있다. 그가 사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지만 사면이 외려 국민 갈등을 키워선 안 될 일이다.
경제인들이 빠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재계 의견을 수렴해 이중근 부영그룹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등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한다. 지금은 유례가 드문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복합위기 상황인 만큼 기업인들에게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기회를 주는 게 국가적 이익이 더 클 수 있다. 사면심사위원회의 결정에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