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법무, 이 대표 수사에 “다른 국민처럼” 같은 잣대 강조
검찰 출신 원로 변호사,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촌평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소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및 수사결과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이른바 ‘전주’(錢主·사업 밑천을 대는 사람)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서 제대로된 조사조차 이뤄지고 않고 있다는 지적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통보받은 데 대해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고 싸워 이기겠다”고 밝혔다. 검찰 소환에 응하겠냐는 질문에는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받을 것인가를 먼저 물어보시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조사 얘기가 나오면 어김 없이 김 여사를 소환하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야당 탄압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 소식은 요원하다”며 “이미 1년 전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재판 과정에서도 김건희씨가 주가 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이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공개된 법정 증언과 증거들로 김건희 여사가 단순 전주를 넘어 주가조작에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며 “다른 주가조작 피고인들은 기소되어 이미 1년 넘게 재판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른바 ‘선수’로 불리는 작전세력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사건에서 돈을 대는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후보 시절부터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단순 투자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10월 20일 김 여사의 신한금융투자 주식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하며 주가조작 내용을 모르고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맡긴 것이며 손실만 봐서 같은 해 5월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의 해명에도, 최근까지 나타난 각종 증거를 보면 김 여사와 주가조작 사건의 관련성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수를 직접 주문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러자 김 여사가 단순히 돈을 댄 것을 넘어 공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작전에 관여한 업체 사무실 노트북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됐고, 김 여사가 자신의 주식을 허락없이 싸게 팔았다며 다른 작전 업체에 항의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1년 8개월여의 수사 끝에 대부분 기소된 이 사건 관련자들과 달리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최근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징역 8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81억3000여만원을 구형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권 회장의 범죄행위 기간이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인 만큼 자본시장법과 형법 규정에 따른 공소시효는 10년이 지났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이 사건에서 공소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공소제기로 인해 정지되고, 이는 공범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공범인 권 회장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김 여사 공소시효도 정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소시효 논란은 차지하고,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김 여사를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피의자가 된 일반 국민이 받는 일반적인 사법 시스템 대응은 아니다’라는게 법조계의 평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다른 국민처럼 이 나라 사법 시스템 안에서 대응하시면 될 문제고, 그래야만 하는 게 법”이라고 밝힌바 있다.
재경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한 원로 변호사는 “기소 여부 등 수사결과는 검찰의 입장이지만, 10년된 사건에 실행범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인데, ‘전주’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에 대한 기소여부 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범들의 재판 과정에서 이름이 여러차례 나온 경우 소환조사 등을 고려하는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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