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자극·내수 부진 우려 커져
노인 무임승차 정부 지원 시급
서민들에게 내년은 혹독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전기, 가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이 무더기로 오르는 데다 인상 폭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그제 “(전기요금과 관련)가계,기업에 큰 충격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당수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h(킬로와트시)당 51.6원이다. 올해 인상액이 ㎾h당 19.3원인 점을 고려하면 3배에 육박한다. 가스요금도 올해 초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를 게 확실시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전의 올해 말 누적적자 예상액은 34조원에 이른다.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걱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민의 발인 지하철·버스요금 인상도 예고됐다. 서울시는 내년 4월 말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각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이다. 만성적 재정적자 탓이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지하철은 연평균 9200억원, 버스는 연평균 5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서울시가 요청한 정부의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보전(PSO) 예산지원도 무산됐다. 가뜩이나 요금현실화율이 지하철은 60%, 버스는 65%에 불과해 운행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서울 지하철 요금이 오르면 대전·대구 등 다른 지자체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물가를 자극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공요금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겨우 잡아 둔 소비자물가가 공공요금 인상으로 다시 들썩일까 걱정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고통을 최소화할 지원책이 필요하다. 국민·기업도 에너지 절약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국회도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고령화로 매년 무임수송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1984년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 무임승차제가 도입됐지만 지자체 도시철도가 아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만 손실을 보전하는 건 차별이다. 국고를 지원하건 요금을 올리건 모두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정부·국회는 더 이상 지자체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의 국비 지원 요구를 거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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