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어제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을 상정하고 합동방공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상 대공무기의 허점을 보완하는 게 주된 훈련 목표였다. 합참 주관하에 처음으로 육군과 공군이 함께 작전수행체계를 점검했다. 민간인 피해 없이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한 훈련도 했다고 한다. 모두 사후약방문이다. 이런 일회성 훈련으로 과연 북한의 도발에 맞서 싸울 군대로 변모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지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타령’에 몰두한 사이 군 기강은 엉망이 됐다. 군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 현실적인 위협인 ‘북한군=적’ 표현을 국방백서에서 삭제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한반도 방어훈련인 한·미연합훈련까지 제동을 걸었으니 나머지야 어떻겠는가. 대북 억지력은커녕 하루가 멀다 하고 보안 사고부터 하극상·폭행·성추행·갑질·음주운전 등 갖가지 추태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다를 바 없다. 2014년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군은 요격능력을 강화한다며 이듬해 대공 무기체계 ‘비호 복합’을 배치했다. ‘드론 잡는 비호 복합’ 홍보영상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껏 한 차례도 사격훈련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앞에 두고 “그동안 군이 뭘 한 것이냐”고 개탄한 것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의 반복 없이 군 체질의 개선은 불가능하다. 전투력 회복 없이 북한 도발을 막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지휘관들부터 절치부심 각오를 다져야 한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나.
윤 대통령이 어제 오전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상대에게 핵이 있든,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강경 기조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 의지 천명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긴장 증대가 자칫 우발적 충돌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군이 간과해선 안 된다. 훈련을 통한 전투력 강화와 함께 긴장관리도 군의 맡은 바 임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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