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100곳 이상 프랜차이즈 대상
보증금 300원 받아 손님 줄어들어
돈 안 받는 작은 카페 몰려 불만 커
100곳 이하 프랜차이즈까지 확대
가맹점, 컵 보관 공간·인력 부담 커
당국, 본사 부담 강화안 마련 시급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주·세종에서 시행돼 한 달여 지난 가운데 앞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도 이 제도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지자체 조례로 대상 매장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하면서다. 그간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탓에 형평성 논란이 컸는데 이번 조치로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일회용컵을 소진하면 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 때문에 본사가 보증금제 안착을 위한 가맹점 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본사에 책임을 엄격하게 지울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5일 “보증금제 시행 시·도에서 지역 내 여건을 고려해 조례로 적용 대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테이크아웃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내게 한 제도다. 보증금은 컵을 반납하면 돌려준다. 현재 시행령은 ‘전국 매장 100곳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 등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장 이번 개정으로 제주·세종 지역의 개인 운영 대형 카페나 매장 100곳 이하 지역 프랜차이즈 카페가 조만간 제도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제주도가 이들 매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환경부에 의견을 낸 사안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매장 면적이나 일회용컵 이용량 등 기준을 세워 적용 대상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또한 지역 내 보증금제 매장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동종 매장 간 불평등은 ‘보증금제 보이콧’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이날 기준 보이콧 매장은 제주·세종 대상 매장 652곳 중 3분의 1 수준인 200여곳으로 추정된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세종·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들은 보증금제 시행 전후로 매출이 30∼40% 줄었다고 말한다”며 “제도 사각지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보증금 부담 없는 개인 카페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증금제 안착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불평등’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에 놓여 있다. 고 이사장은 “보증금제에 본사 역할이 다 빠져 있었다”며 “본사가 안 하면 가맹점도 못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일회용컵을 받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인력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 모든 게 온전히 가맹점 부담이 된 형국이다. 환경부 관계자 또한 “실제 보이콧 매장에서 반환 컵 보관 공간 마련이 어렵다고 많이들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여태 본사 부담 강화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본사의 컵 반환 고객에 대한 할인쿠폰 제공안을 내놨지만, 이는 책임 강화 대책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근거법에 본사 책임이 불명확해 부처 수준에서 개선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보증금제가 지난해 12월2일 부분 시행된 이후 이달 3일 기준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 총액은 2939만73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회용컵 9만8000여개에 해당하는 액수로, 전날 기준 10만개 이상이 반납됐을 거란 게 환경부 추정이다. 컵 반환은 시간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시행 2주차 517만8000원이던 반환액은 5주차 들어 838만6200원으로 62% 정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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