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를 맞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발적 희망퇴직자가 늘고, 40대가 포함되는 등 희망퇴직 대상이 대거 늘면서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약 두 달 만에 5대 주요 시중은행에서만 은행원 약 3000명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코스피가 2% 이상 급등하면서 2350선을 회복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등, 완화된 지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으로 시장이 급반등했다. 긴축 공포감 축소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성장주’들은 6% 이상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하락하며 1250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두둑이 줄 때 떠나자”…은행권 희망퇴직 3000명 쏟아진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700명 이상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만약 신청자가 모두 퇴직할 경우 지난해 1월 674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 만 50세까지다. 근무기간 등에 따라 23∼35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학기당 350만원의 학자금을 최대 8학기까지 지원하고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퇴직 1년 이후 계약직으로의 재고용 기회 등도 주어진다.
지난 2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해 10일 접수를 마감하는 신한은행도 희망퇴직 대상이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부지점장 이상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 낮아졌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 월 급여가 지급된다. 2018년 신한은행에서 이와 유사한 조건의 희망퇴직을 진행했을 때도 700여명이 대거 퇴직한 바 있다.
이날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은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한 1982년 이전 출생자가 희망퇴직 대상이다. 지난달 19∼27일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은 1980년 이전 출생자도 대상에 포함했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에서도 대상 연령을 만 40세로 낮추자 2021년(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짐을 쌌다.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약 두 달 만에 5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3000명 이상이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전 같은 기간 5대 은행에서 직원 2244명(KB국민 674명·신한 250명·하나 478명·우리 415명·NH농협 427명)이 퇴직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1000명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희망퇴직이 한층 활발해진 데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와 맞물려 직원들의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과거와 달리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경향이나 파이어족(조기 은퇴 희망자) 증가, 향후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예상 등도 배경으로 꼽힌다. 개별 은행이나 근무 기간, 직급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할 경우 특별퇴직금에 일반퇴직금을 더하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연령 등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 단숨에 2350선 회복…환율 25원 급락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0.22포인트(2.63%) 상승하며 2350.19에 장을 마쳤다. 새해 들어 코스피가 2300선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529억, 7380억원을 순매수하며 장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은 1조392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도 이날 전일 대비 12.27포인트(1.78%) 오르며 701.21로 마감, 7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주식시장의 대폭 상승은 전날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띠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1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2만3000명 증가하며 예상치 20만명 증가보다 좀 더 많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기보다 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하회했고 비농업취업자수가 시장 예상보다 많이 늘어났음에도 서비스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으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PMI지수가 50을 밑돌면 경기 축소 국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금리 결정 기준을 ‘물가’에 두고 있는 연준이 향후 ‘경기’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측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가총액 상위 10대 종목 전부가 상승했고, 특히 네이버(6.22%)와 카카오(6.82%) 등 성장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가치의 하락으로도 이어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5.1원이나 내려간 달러당 1243.5원에 마감됐다.
◆올해 설 차례상 비용, 1년 전보다 5% 넘게 뛰었다
나물과 육류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이달 초 기준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 대비 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파 등에 따른 계절적 요인과 조류인플루엔자(AI),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한국물가협회는 지난 5∼6일 서울,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에서 과일류·견과류·나물류 등 차례용품 2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이 25만4300원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설 차례 비용인 24만290원 대비 5.8%(1만4010원) 오른 수치다.
과일류에서는 사과가 생산량 증가에도 고품질 물량이 반입되며 상품 5개 기준 8.5% 오른 1만5940원을 기록했다. 견과류에서 대추(400g)는 7880원을 기록해 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파·폭설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나물·채소류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올랐다. 시금치는 400g 기준 40.5% 오른 3190원에 거래됐고, 고사리(400g) 역시 6.5% 상승한 3440원에 판매됐다.
육란류 역시 가격이 들썩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닭고기는 AI 발생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학교급식·외식 소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닭 세 마리(3㎏)가 2만2320원에 거래돼 지난해 대비 24.5% 올랐다. 달걀도 특란 한 판 기준 6.4% 오른 7160원에 판매됐다. 쇠고기는 국거리용 양지(400g), 산적용(600g)이 각각 1만9750원, 2만763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9.2%, 6.8% 상승한 것이다. 수육용 목삼겹(1㎏)도 15.7% 오른 2만1850원에 판매됐다.
수산물 중에서는 조기(1마리)가 5320원으로 18.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밀가루는 주요 밀 수출국인 호주 등에서 발생한 기후 악재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영향으로 3㎏ 기준 5490원에 판매돼 전년보다 41.9% 올랐다. 물가협회는 “설이 예년보다 이르고 육란류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이미 높은 가격 상승 폭을 보이고 있는 점을 볼 때 체감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에 성수품 등 주요 품목 가격을 설 명절 전까지 일일 단위로 조사해 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설 명절 일일 물가 조사가 실시된다. 조사 품목은 모두 33개로 쇠고기·조기 등 농축수산물 21개, 밀가루·두부 등 가공식품 5개, 석유류 3개, (외식) 삼겹살·치킨 등 개인서비스 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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