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적법’ 대법원 판결에도 사원 건설 둘러싼 갈등 여전…‘바비큐 파티’로 반발 의사
대구광역시 주택가에 건설 중인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과 건축주 등 사이의 갈등이 해를 넘겨서도 지속되고 있다.
소음 발생 등을 이유로 지목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서 시작된 재판이 지난해 9월 공사 적법이라는 대법원 판결로 소송 약 1년 반 만에 끝이 나는가 싶었지만, 주민들은 구청의 건축 허가 자체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부 주민들이 공사 현장 인근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어 반발 의사를 드러내는 등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 등을 주축으로 한 단체인 ‘난민대책 국민행동·자국민우선 국민행동(국민행동)’은 홍준표 대구시장 규탄 집회 등을 예고하고 나섰다.
11일 대구 지역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국민행동’은 12일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이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과 대구지법·경북대학교 등을 돌며 집회와 홍 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슬람 사원 건설을 막아달라는 지역 주민 요청에 홍 시장이 대선 때부터 운영해온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종교의 자유’ 등을 들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데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홍 시장은 ‘종교의 자유만큼 중요한 건 시민들’이라는 글에서는 “종교의 자유에는 무종교의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고 답변을 달았었다.
국민행동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등을 들어 대현동 주민들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는 홍 시장을 겨냥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국민 덕분이고, 내리는 것도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까지 내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단체는 주민들을 향한 홍 시장의 사과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사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2년 넘게 이어져 왔다.
2020년 9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에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인 종교집회장으로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축 허가가 났다. 반발한 주민들은 ‘소음과 집단적 의식행위 등으로 인한 거주민들의 불안요소에 대한 방비책이 있는가’라며 ‘확실한 대안책을 내어달라’는 내용 등이 포함된 탄원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거주민들의 행복추구권 등을 구청이 보장해야 한다며 구청의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슬람 혐오 현수막 등 불법 광고물로 피해를 본다는 진정이 제기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중단된 사원 공사의 재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 표명과 함께 ‘무슬림들에 대한 혐오표현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광고물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인권위의 권고가 국민 인권 탄압이자 외국인들의 종교활동을 위한 국민 자유 억압이므로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 사안과 관련한 질문은 지난해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배광식 현 북구청장과 당시 구본항 후보의 토론회에도 등장했다.
방송 내용을 보면 구 후보는 토론회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마을 한복판에 이런 다중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며 지적했고, 배 후보는 “이 사업 문제가 법적으로까지 간 데 대해 구청장으로서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그 땅을 이슬람 건축주에게서 우리 구가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답했다. 배 후보의 답변은 건축주들이 다른 부지를 물색하도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비대위는 지난해 9월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 구청장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 당시 배 구청장은 ‘민가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어떤 종교시설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 명백히 약속한 사안임에도 당선된 후에는 대현동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 구청장은 토론회 때 말한 것은 상대 후보의 질의에 답한 것일 뿐이고 공약이 아니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라고 비판도 했다.
지난달 15일 비대위는 사원 공사장 인근으로 이동해 ‘대현동 연말 큰잔치’를 열었으며, 바비큐 전문업체가 현장에서 성인 40~50명이 먹을 수 있는 50㎏가량의 통돼지를 숯불에 구웠다. 공사장 인근에는 돼지머리와 줄에 걸린 족발·돼지 꼬리 여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비대위 측은 ‘종교의 자유’를 무슬림이 주장하는 만큼 바비큐파티를 열 자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인 무아즈 라작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돼지머리 3개가 사원 공사장 바깥에 놓였다”며 “경찰 등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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