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4월부터 사상 처음 7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고육지책에 가깝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7월(6.3%)을 정점으로 한풀 꺾였다지만 아직 5%대에 머물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도 환율불안과 자본유출 위험을 키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4분기 한국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성장률도 작년 11월 전망치 1.7%를 밑돌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와 저성장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기준금리는 최근 1년 5개월 사이 3%포인트나 올랐는데 그사이 불어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64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과 빚 상환 능력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작년 6월 말 기준)을 웃돌고 38만여 가구는 집 등 모든 자산을 내다 팔아도 빚을 못 갚는다. 기업도 이자 부담이 24조원가량 늘어났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5곳 중 1곳에 이른다. 돈줄이 막혀 부도위기에 처한 우량 중소·중견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저성장 쇼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외 예측기관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치고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출과 생산·투자·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도 경제동향 1월호에서 “내수회복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감소 및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에서 성장 쪽으로 옮겨야 할 때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위원 7명 중 2명이 ‘동결’ 의견을 냈고 3명은 최종금리로 3.50%를 제시했다. 늦어도 상반기 중 긴축기조를 마무리해 금융·경제안정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규제 혁파와 조기재정 집행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부실위험이 금융 분야로 전이되지 않도록 안전판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우량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되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의 연착륙 차원에서 채무조정과 신용회복프로그램을 빈틈없이 가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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