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등 각종 의혹의 ‘키맨’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어제 국내로 압송됐다. 검찰은 이르면 오늘 그에 대해 횡령·배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 신병 확보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며 “변호사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게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 쌍방울 전 비서실장이 어제 법정에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가까운 사이”라고 진술한 걸 봐도 그렇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들은 쌍방울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지냈고,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쌍방울에서 3억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그제 이 대표 측에 ‘대장동 등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오는 27일과 30일 소환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소환조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이 이 두 가지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 신병 확보를 계기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릴레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 대표가 지난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경선에 나설 때 이미 당내에서조차 우려한 상황 그대로다. 그런데도 민주당 인사들은 ‘이 대표 악마화’, ‘검찰의 정치쇼’ 등 험한 말을 쏟아내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따지겠다며 의원 17명이 대검찰청으로 몰려간 것은 부적절하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되치기하는 정치 공세 아닌가.
일련의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선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 이 대표가 스스로 당당하다고 밝혀온 만큼 소환에 응해 분명하게 소명하면 된다. 1차 조사 때처럼 의원 40여명과 지지자들 호위를 받는 모습은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대장동 의혹이 제기된 지 1년4개월이 흘렀고 다른 의혹들도 문재인정부 때부터 제기된 것이다. 국민들은 답답함을 넘어 피로감마저 느낀다.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겠지만 신속하게 결론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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