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만 내고 사실상 묵비권 행사
궤변으로 사법리스크 피할 수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면서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밝힌 입장이다.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나온 건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범죄 혐의를 조사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독재정권의 법치주의와 헌정질서 파괴’ 운운한 건 검찰 수사의 본질을 호도하는 궤변이자 적반하장식 주장이다.
이 대표는 조사에 앞서 검찰에 A4 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의 질문에는 대부분 ‘진술서 제출로 갈음하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초 검찰로부터 지난 27일과 30일 이틀간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28일 검찰에 나왔고, 그것도 검찰이 제시한 시간보다 1시간 늦은 10시 30분에야 출두했다. 검찰의 2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피의자가 소환 조사 날짜와 시간, 횟수까지 마음대로 하는 건 일반 국민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전·현직 대통령도 정해진 형사사법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의 이런 행태야말로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훼손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정당’의 행태를 되풀이했다. 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을 때 대거 동행한 것처럼 이번에도 당직자 등 20여명이 검찰에 나와 이 대표를 응원했다. 민주당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이 ‘채널A 사건’ 등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동료 의원들과 공동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무죄가 확정된 사건까지 끌어들여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민생 행보와 대여 공세 강화로 국면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식으로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2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다고 해도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면 당내 갈등이 분출될 공산이 크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할수록 당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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