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발표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은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뜯어고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고용보험 가입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0개월로 늘리고 실업급여 하한액도 현실에 맞게 대폭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경우 수급액을 최대 50%까지 감액하겠다고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방향이다.
실업급여는 원치 않게 직장에서 퇴직한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하지만 그간 숱한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연동되는 하한액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 3개월간 받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되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를 위해 하한선을 두고 있는데 이 규정이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 40시간 근무기준 월 최저임금은 201만580원,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이다.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이 2017년에 비해 32%나 오르면서 액수의 차이가 확 줄었다. 직장을 나가 교통비, 점심값, 그리고 각종 세금을 공제하면 차라리 일을 안 하고 실업급여를 타먹는 게 훨씬 낫다는 인식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용보험 가입기간 6개월을 채운 뒤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타먹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2017년 120만명대에서 5년 사이 40%가량 증가했는데. 최근 5년간 세 번 이상 받은 이른바 ‘메뚜기 실직자’가 무려 10만명이 훌쩍 넘고, 이들이 받아간 돈만 5000억원에 이른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2017년까지만 해도 10조원 이상 쌓여있던 고용보험 재정이 거의 바닥상태에 이른 것은 이처럼 제도의 허점과 실업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구직 노력을 게을리하는 ‘실업급여 중독자’를 양산하는 비정상을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여론수렴 등을 통해 오는 6월 실업급여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속도를 내기 위해선 정치권, 노동계의 동참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실업자에게 일할 의욕을 북돋아주고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도 지킬 실업급여 제도의 대수술을 실기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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