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나토 가입, 핀란드 되고 스웨덴 안돼"
튀르키예의 '갈라치기' 시도에 '연대'로 맞설 듯
핀란드가 스웨덴과 나란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키’를 쥔 튀르키예(터키)가 ‘핀란드는 괜찮지만 스웨덴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종의 이간책을 쓰는 것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핀란드 총리실은 산나 마린 총리가 오는 2월2일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회의 주제는 유럽의 경제와 경쟁력, 유럽연합(EU)의 각종 현안과 현 안보 상황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 안보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심각한 안보 불안에 시달리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의 동서 냉전 시절부터 지켜 온 중립 노선을 벗어던지고 미국의 동맹국이 되어 안전을 보장받기로 결심한 것이다.
현재 나토 기존 회원국 30개국 중 28개국 의회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한 상태다. 튀르키예와 헝가리 의회만 비준을 미루고 있다. 헝가리는 그렇다 쳐도 튀르키예는 “의회에서 비준안을 아예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비토(거부권)를 시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어서 튀르키예가 끝까지 반대하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이런 상황인데 최근 스웨덴에서 이슬람교 경전 쿠란을 불태우는 등 무슬림 국가인 튀르키예를 자극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9일 방송에 출연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우리는 핀란드와 관련해서는 다른 반응을 줄 수 있다”며 “스웨덴은 이 반응에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스웨덴을 분리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찬성하되 스웨덴의 가입은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전부터 그는 튀르키예의 요구 사항을 순순히 들어주는 핀란드에는 호의를 내비친 반면 반(反)튀르키예 시위가 잦은 스웨덴에는 적대감을 드러내왔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 안보 불안이 심각한 핀란드로선 튀르키예의 제안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장관은 지난 25일 대뜸 “스웨덴의 가입이 너무 오랫동안 지연될 만한 상황이 벌어지면 이를 재평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스웨덴을 내팽개치고 핀란드의 나토 단독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스웨덴에 서운함을 안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핀란드·스웨덴 갈라치기 시도가 먹힌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핀란드는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비스토 장관은 “스웨덴은 외교안보에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라며 “핀란드는 스웨덴과 함께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여전히 열망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마린 총리가 직접 스톡홀름에 가서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만나기로 한 것이다. 핀란드의 나토 단독 가입 추진은 있을 수 없고 반드시 핀란드·스웨덴의 동반 가입을 달성하겠다는 점을 스웨덴 측에 확실히 설명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같은 날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지위에 관해 의견을 나눈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통화에서 니니스퇴 대통령은 핀란드·스웨덴은 꼭 동시에 나토 회원국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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