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어제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정책수가 신설을 통해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 사후보상, 지역수가 도입, 야간·휴일·당직 보상, 고위험·고난도 수술 보상 강화, 응급전원 보상 등을 추진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럴 경우 시·군 산부인과 병원·의사는 현행보다 최대 3배 많은 지역수가를 적용받는다. 또 공휴일 야간 응급실 당직 의사의 경우 200%까지 수당이 인상된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타협안이라 의미가 있다.
안전한 필수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책임도 강화했다. 전공의들이 소아과·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해주고 피해자 구제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액을 늘리고 국가분담비율도 확대할 방침이다. 의료 현장에서 소위 ‘3D 분야’ 의사들이 제기하는 경제적·법적 불만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 것이다.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정부와 의료계는 “충분한 의료 인력 양성을 추진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정부가 의료계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의사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울릉도가 “군의관이라도 보내달라”며 해군에 SOS를 칠 정도로 지방에선 인력 부족으로 의료공백 상태가 빚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사 공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35년에는 2만7000여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의료계가 국민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전향적 자세로 협의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을 강화한 만큼 의료계도 책임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의료계는 모든 의대 졸업생에게는 전공 선택의 자유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수익이 높은 성형외과·피부과 등 쏠림 현상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지방의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는 의사 인력 총량의 증가 없이는 근본 해결이 불가능하다. 온전한 의사 양성에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더 늦기 전에 정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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