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쌍방울그룹의 김성태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한 측에 300만달러를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북한 측에 모두 800만달러를 전달했는데 이 중 500만달러는 경기도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며, 나머지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추진 비용이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과 김 전 회장 간 유착을 의심케 하는 새로운 정황이 드러난 만큼 정밀 수사가 필요하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지사가 다음 대선을 위해 방북을 원한다”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리호남이 의전과 이벤트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2019년 말 300만달러를 추가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도 여러 경로로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했다. 2018년 11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방남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을 만난 뒤 “‘이 지사가 육로로 평양 방문을 원한다’고 하자 리 부위원장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 다른 경로로 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북한 측 인사를 만날 때 이 대표와 통화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2019년 1월17일 중국에서 쌍방울과 조선아태위가 대북경협 협약식을 연 당일 이 전 부지사가 바꿔줘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회장 말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대북 사업 등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보고를 받았거나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300만달러 송금 의혹에 대해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고 부인했다. ‘검찰의 창작’으로 치부하면서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대북 불법송금은 남북교류협력법 및 외환관리법 위반이다. 이 대표가 대북 불법송금에 연루됐다면 이 또한 실정법 위반이자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등을 대납한 대가로 경기도로부터 특혜를 제공받았는지 여부를 수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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