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핵우산 불신 직시해야
北 새해에도 도발 야욕 접지 않아
한·미 국방장관이 어제 서울에서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에 대한 한·미 간 합의는 철통같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5세대 전투기 F-22와 F-35 전투기 같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보다 자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겠다”고도 했다. 미국이 확장억제 제공 공약의 철통같은 이행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종섭 국방장관도 “전략자산이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배치되도록 합의했다”고 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핵무기 탑재 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에 강도 높게 배치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전술핵 재배치는 아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핵공유 방식을 원용해 확장억제 협력체계를 지금보다 더 촘촘히 구축하겠다는 것 아닌가. 도발 의지를 꺾지 않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전히 갖추게 되면 미국이 본토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을 지원하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우리 국민의 불신은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최종현학술원의 조사 결과,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 필요성에 76.7%가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이 그간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한·미 국방수장의 회담 결과는 실현 가능한 수준의 합의로 평가된다.
아무리 좋은 합의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휴지 조각이나 진배없다. 미국은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도록 확실한 억제력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다. 피 흘리며 맺은 70년 된 동맹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 당장 북한이 엊그제 함경남도 함주군 마군포 엔진시험장에서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핵능력 고도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만 10여차례 핵탄두 탑재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김정은 정권의 꿈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무모한 핵 게임으로 체제 보장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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