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92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최근 10년 수익률이 연평균 4.9%에 그쳐 주요 글로벌 연기금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9.6%)의 절반에 불과하고, 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7.1%), 노르웨이 국부펀드(6.8%), 네덜란드 연금(5.6%)보다 낮았다. 그런데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부담을 더 지울 국민연금 개혁안이 논의되는 마당에 너무 안이한 인식 아닌가.
문제는 저조한 수익률이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낮은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는 정부 인사 6명, 사용자 단체 3명, 노동계 3명, 지역가입자 단체 6명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을 강조하는 구조다.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자산배분 비율 등을 비전문가들이 결정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수익률 1위 캐나다 연금은 정부·정치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연금을 맡기고 법조문에 ‘수익 극대화’를 명시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이사회 위원 10명이 모두 투자·금융 전문가이다. 우리와 너무 비교되지 않나.
더 심각한 건 고질적인 정치권의 개입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노동·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이관하려고 해 ‘연금사회주의’ 비판을 자초했다. 정치 논리에 따라 국민연금 본사를 전주로 이전하자 매년 운용 인력의 10% 정도가 이탈하고 있다. 투자 문외한인 정치인을 이사장에 앉혔는데 총선에 출마한다며 임기 도중 직을 내던진 일도 있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인사 등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연금을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면 수익률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 고갈 시점을 7∼8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진정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한다면 이제라도 수익률 개선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전문가 중심의 기금운용위 개편, 연금공단 내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보상체계 강화 및 서울사무소 설치 등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모든 의사결정은 수익률 극대화에 맞춰야 한다. 그게 가입자인 국민이 원하는 바이고 연금 개혁이 성공하는 토대도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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