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면제 등 기준 완화도
리모델링 세대수 15% 더 상향
최종 의견 수렴뒤 2월 내 발의
정부가 1기 신도시 등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안전진단과 용적률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골자를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특별법에 담을 내용을 논의해왔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 지난 100만㎡ 이상 택지로,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와 함께 수도권 택지지구와 지방거점 신도시 등이다. 적용 대상 범위를 통상 기준(330만㎡)보다 넓히면서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지구 등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목동 등 서울의 100만㎡ 이상 택지지구도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지역은 이미 서울시 차원에서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처음부터 단계를 다시 밟으면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특별법에 따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고, 업무시설이나 기반시설 확충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경우에는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해준다.
재건축 성사 여부의 핵심이 되는 용적률도 종 상향을 통해 높여준다. 2종 일반주거지역이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될 경우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진다.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까지 적용된다.
고밀·복합개발이 가능한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특별법에 담길 예정이다. 리모델링의 경우에도 현행보다 15%가량 세대수 증가를 허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범위는 시행령에서 정할 예정이다.
특별정비구역 내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통합심의 절차를 적용한다.
건축법과 경관법, 국토계획법 등 개별사업법에서 정하는 인·허가의 각종 심의, 지정, 계획수립 등을 통합해 진행하고, 지자체별 심의절차를 거치면, 개별법에 따른 위원회 심의도 모두 거친 것으로 본다.
이주대책의 경우 기존에는 시행사업자에게 의무가 있었지만, 특별정비구역에서는 지자체가 이주대책 수립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에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게 된다. 특별정비구역의 각종 특례로 인한 초과이익 환수는 공공임대주택 외에도 공공분양, 기반시설, 생활 SOC, 기여금 등 다양한 방식의 기부채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오는 9일 원희룡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 간 간담회에서 특별법에 대한 최종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 국회에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역세권 고밀개발 허용… 수도권·지방 노후 구도심도 혜택
정부가 7일 발표한 1기 신도시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 내용의 핵심은 안전진단과 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 추진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쉽지 않았던 곳에 파격적인 혜택을 줘 보다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1기 신도시 정비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7차 회의를 열어 특별법에 들어갈 주요 내용을 확정했다. 윤석열정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지정해 법안 내용과 추진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거듭해왔다. 대선 직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중장기과제로 분류하자,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지며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은 노태우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계획에 따라 1990년대 초반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이 입주했다. 준공 20년이 지나 상당 부분 노후화가 진행됐지만, 분당·일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용적률이 이미 200%를 넘어 현행 규제로는 재건축 사업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1기 신도시에만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경우 형평성 논란으로 정치권은 물론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별법의 정식 명칭을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하고, 적용 대상도 택지조성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로 규정했다. 면적이 100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경계가 맞닿아 있거나 연접한 택지지구를 합쳐서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계획 수립만 진행되면, 1기 신도시 외에도 수도권이나 지방의 노후한 구도심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 적용 대상이 되려면 지자체장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20년 이상 된 모든 노후계획도시가 무조건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완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적용되고, 대규모 광역교통시설을 건설하는 등 공공성 확보에 기여하면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해준다.
용적률, 용도지역 등 도시·건축 규제도 완화된다. 용적률의 경우 시행령 규정을 통해 종상향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용도지역도 해당 지역 여건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 예를 들어 2종 주거지역의 경우 3종·준주거지역의 용적률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 따라 자체 조례 등으로 용적률 상한선을 더 낮출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300∼350% 수준이 가능하다. 역세권 등 특수한 지역은 최대 500%까지 적용할 수 있다.
특별법 초안에 따르면, 재건축을 포함한 정비사업의 기본계획은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기본계획이 국토부의 심의기구와 지자체 정비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되면, 해당 지역의 시장·군수 등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게 된다.
특별정비구역은 ‘입지규제최소지역’으로 정해 고밀·복합 개발을 진행하고, 정비사업에서도 통합 심의 절차를 적용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등과 마찬가지로 지자체 차원의 포괄적인 심의를 거치면 개별법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에 발표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주민과 지자체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정비기본방침 및 정비기본계획 투트랙 수립, 선도지구 지정 등 그간 정부가 국민께 드린 신속한 신도시 정비 추진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공약과 국정과제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발의 이후에도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년 넘은 100만㎡이상 노후택지 49곳, 기존 재개발보다 선도지구 지정 유리”
정부가 7일 공개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적용되면, 1기 신도시는 물론 서울과 노후 택지지구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별법이 정부안대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고, 부동산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택지조성사업 이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는 모두 49곳이다. 면적이 100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인접·연접 지역을 묶어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택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법 제정으로 특별법 적용이 가능해진 서울과 지방의 택지지구는 사업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정비사업보다는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지역은 용적률을 법정계획까지 올릴 수 있음은 물론 종 상향도 가능해 역세권 주변은 고밀·복합 개발로 토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목동이나 상계동 등지는 현재 지구단위계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도 특별법에 버금가는 용적률 완화와 종 상향 계획이 가능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의 초안에는 대규모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 과정에서 내용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현재 신도시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현재 200%도 안 되는 용적률에 맞춰져 있는데 특별법으로 이를 350%, 최대 500%까지 올린다면 기반 시설 용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특별법의 내용은 아직 선례가 없던 도시 단위의 재건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삼아왔던 안전진단 규제를 면제 또는 완화한다는 것은 재건축을 장려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측면의 호재는 맞지만, 당장 사업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지역균형개발 측면 등을 이유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자체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안 등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어서 언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점도 재건축 사업 추진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특별법 추진이 일종의 개발 호재로 작용해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을 고려할 때 당장 가격이 들썩이거나 불안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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