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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격차 해소 못 하고… ‘입시 몰입 교육’ 논란 낳아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입력 : 2023-02-20 06:00:00 수정 : 2023-02-20 16: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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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10년 입시 성적표 보니

2013년 서울대 등록자 중 13.6% 차지
2016년 18.5% 정점… 2022년 16.8% 기록
강남·서초지역서 입학 비율 40% 달해

서울대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시·정시 모집 합격생(3470명)의 고교 유형별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수시에서 46.2%, 정시에서 54.7%의 합격생을 배출한 일반고가 49.7%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2학년도 일반고 출신 합격생 비율(48.0%)보다 1.7%포인트 더 올랐습니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 신설한 지역균형 전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역균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136명 중 107명(78.7%)이 일반고를 다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학교·학생 수 대비 서울대 합격생 비율이 높은 고교 유형은 외대부고, 하나고와 같은 자율형사립고였습니다. 합격생의 17.8%가 자사고 출신인데 이들은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수시(13.0%)보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24.7%)를 통해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네요. 자사고에 이어 영재·과학고(13.7%), 외국어·국제고(8.9%), 예술·체육고(5.4%) 등 특수목적고도 적지 않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습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 설계자입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교과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습니다. 2010년 26개교, 2011년 55개교를 자사고로 지정했습니다. 이 부총리는 자사고 설립 취지에 대해 지난해 10월 인사청문회에서 “사회 배려자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절약되는 재원을 지역 공립고에 투자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교 교육의 다양화와 계층·지역별 교육 격차 해소 차원에서 자사고를 지정했다는 설명인데, 자사고가 ‘입시 몰입 교육’,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등의 논란으로 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좀 군색한 변명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입시기관 종로학원의 도움을 받아 자사고가 과연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했는지를 따져봤습니다. 우선 자사고 출신이 처음 대입을 치른 2013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지난 10년간 서울대 합격생 중 최종 등록자 비율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설립 취지인 고교 교육의 다양화보다는 우수 학생 선점 효과에 따른 ‘입시 명문고’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보기 위함입니다. 자사고를 주로 비수도권과 서울 비강남권에 지정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따져봤습니다.

 

분석 결과는 도입 취지와 달랐습니다. 2013학년도 서울대 최종 등록자 3396명 중 자사고 출신은 13.6%인 445명이었습니다. 추가 지정된 자사고가 졸업생을 배출한 2014학년도에는 16.7%(545명/3273명)로 오르더니 2016학년도엔 18.5%(602명/3256명)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자사고 폐지 여론이 일기 시작한 2018학년도부터는 15%대를 기록하다가 2022학년도엔 16.8%(572명/3396명)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모습. 뉴스1

자사고가 신흥 입시 명문고로 자리를 잡는 사이 일반고생의 서울대 입학률은 점차 낮아졌습니다. 2013학년도 58.8%에서 2017학년도 54.7%, 2020학년도 56.3%, 2022학년도 53.3%로 하향 추세입니다. 이 기간 서울지역 일반고들의 지역별 격차는 더 공고해졌습니다. 2022학년도 서울대 입학생이 많은 일반고를 자치구별로 살펴봤더니 강남구(25.3%)와 서초구(14.3%)가 39.6%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2013학년도 37.1%보다 2.5%포인트(196명→208명) 더 증가한 것입니다.

자사고의 등장으로 황폐해진 고교 교육 현장은 올해도 암담합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고교 다양화 정책이 어떤 면에서는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있었다”고 몸을 낮췄던 이 부총리는 취임 이후엔 “기본적으로 학교는 다양하면 좋으니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5년쯤엔 일정 부분 자사고·외고 러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내신 산출방식마저 절대평가로 바뀔 전망입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를 고등학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향한 열정과 창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이 부총리의 거침없는 행보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이유입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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