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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전차다”… 핵무기 ‘올인’ 했던 북한, 전차군단으로 한국군 압박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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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8 06:00:00 수정 : 2023-02-18 2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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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을 앞세워 미국과 한국을 압박해온 북한이 재래식 전력 강화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핵무력 완성’을 통해 한·미의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 체계에 맞서면서,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을 상대할 신무기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는 모양새다.

 

전차와 기동포는 북한의 신형 재래식 무기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장비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 “최근 기동성과 생존성이 향상된 신형 전차와 다양한 대전차미사일·기동포를 탑재한 장갑차를 개발해 일부 노후전력을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들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백서에서 언급된 장비들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열병식을 비롯해 최근까지 북한의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들이다. 

 

옛소련 방식에서 탈피해 서구적인 개념을 도입한 전차와 기동포는 한반도 유사시 지상전에서 한국군에 상당한 위협이다. 북한 무기개발 기조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스타일 전차 만든 북한, 기갑전력 급상승

 

북한이 2020년 10월 신형 전차를 처음 공개하자 군 안팎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경제난, 핵개발로 재래식 전력증강이 어려울 것이라는 국내외의 전망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신형 전차는 북한의 관례에서 벗어난 장비다. 기존 북한군 주력이던 선군호, 천마호 전차는 러시아산 T-62 전차를 활용해서 성능을 높인 것이다. 6·25 전쟁 전부터 러시아산 T-34, T-55 전차를 사용했던 ‘계보’를 수십년간 이어오면서 러시아의 전차 운용개념을 답습했다.

 

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가한 신형 전차들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하지만 신형 전차에서 러시아 스타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포탑은 경사진 형태의 용접 방식으로 제작됐고, 차체의 보기륜도 선군호(6개)보다 1개가 늘어났다. 미국 M1 전차를 연상케 하는 ‘북한판 에이브럼스’ 전차가 등장한 셈이다. 

 

이는 북한과 군사교류를 하는 이란이 미국산 M60, 러시아산 T-72 전차를 토대로 개발한 줄피카르3 전차의 기술에 기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신형 전차가 서구적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형 전차는 선군호보다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군 K1, K2 전차와 현궁 대전차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능력이 증대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신형 전차는 선군호보다 보기륜이 1개가 많다. 따라서 차체 길이도 더 길다. 전차 차체 앞부분 끝부터 조종수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도 선군호보다 더 길어졌다. 상당한 두께의 전면 장갑이 차체에 추가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는 전차 전면 방어력 증대로 이어진다.

 

경사진 형태의 포탑은 피탄 효과를 감소시켜 포탑 방어력을 높인다.

 

북한의 신형 전차들이 지난해 4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한국군 대전차미사일을 무력화할 능동방호체계(APS)도 장착됐다. 미사일 탐지용 레이더와 레이저 경보 수신기, 적외선 차폐 연막탄 등으로 구성된 APS는 한국군 현궁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최신 기술에 속하는 APS를 갖췄다는 점에서 해당 전차가 서방 세계의 3세대급 수준 성능을 지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차체 후방 엔진룸은 슬랫아머(철망형 장갑)를 장착했다. 보병 대전차 화기로부터 엔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이 신형 전차의 방어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산 T14와 미국 M1, 이란 줄피카르 전차 등의 사례를 종합해서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형 전차는 불새3 대전차미사일 2발을 포탑 우측에 장착했다. 장갑차가 아닌 전차에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하는 사례는 드물다. 가능한 먼 거리에서 K1, K2 전차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형 전차의 방어력이 가까운 거리에서 120㎜ 전차포에 뚫릴 위험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전차미사일을 표적까지 유도하는 센서는 따로 보이지 않는다. 포탑 내 조준경으로 미사일 유도를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포 앞쪽에는 동적포구감지기가 장착됐다. 서방권 3세대 전차에서 식별되는 장치다. 포탄이 포구에서 나갈 때 포구초속과 각도 값을 구하는 기능을 한다. 전차의 정지 및 이동간 사격에서 정확도를 높여준다. 

 

북한이 새롭게 개발한 차륜형장갑차 탑재 기동포.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포는 러시아산 T-72 전차의 125㎜ 활강포로 추정된다. 서방권에서 3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한국군 K1A1, K2가 120㎜ 활강포를 탑재하므로 이에 맞서려면 125㎜ 주포가 필요하다. 

 

장갑 관통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된 바 없다. 하지만 같은 구경의 주포를 쓰는 러시아산 T-90 전차가 620㎜의 관통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다소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동력은 서방이나 러시아의 3세대 전차보다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산 T-80 전차는 1000~1250마력, K2와 M1 전차를 비롯한 서방권 3세대 기종은 1200~1500마력 엔진을 사용한다.

 

북한이 입수할 수 있는 엔진 중 하나인 이란 줄피카르3 전차 엔진은 미국산 M60 전차 탑재 1000마력 엔진 복제품을 쓴다. 북한 선군호 전차는 750~1000마력 엔진을 사용한다. 어느 쪽이든 서방이나 러시아의 최신 전차보다 출력이 낮다.

 

북한 신형 전차가 선군호보다 4t 정도 무게가 늘어났는데도 엔진 출력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면, 기동성은 선군호보다도 낮을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신형 엔진을 개발해야 하지만, 12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엔진과 변속기 제작은 독일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성공했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만들 수 있는 대출력 엔진 개발에 북한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

 

◆‘북한판 스트라이커·스파이크’ 등장, 서구화 신호탄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열병식에서 포·미사일 탑재 차륜형장갑차(기동포)를 처음 선보였다.

 

차체는 러시아산 최신 차륜형장갑차인 BTR-80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반적인 컨셉은 미 육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놀랄 만큼 비슷하다. 

 

4축 8륜 장갑차인 미군 스트라이커는 다양한 파생형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는 105㎜ 포를 탑재한 M1128 기동포(MGS)가 있는데, 북한의 포 탑재 차륜형장갑차가 이를 참고한 모양새다. 

 

신형 전차가 무게와 엔진 성능의 제약 등으로 기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완하고, 방어작전에서 대전차전투 및 보병 화력지원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새로 만든 미사일 탑재 8륜장갑차들이 2021년 1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포신은 122㎜ 자주포 또는 선군호 전차의 115㎜ 주포를 활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토우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한 미 육군 M1134와 유사한 미사일 장착 차륜형장갑차도 등장했다.  북한이 러시아산 9K111 대전차미사일을 토대로 만든 불새-2를 자동사격통제형으로 개량한 불새-3, 2021년 10월 북한 국방전람회 ‘자위-2021’에 등장했던 불새-5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월 인민군 창건 제90주년 열병식에서는 8연장 신형 전술유도무기 탑재 차량이 공개됐다.

 

당시 북한군은 러시아산 BTR 계열 6륜 장갑차와 대형 벤 차량 탑재형을 함께 선보이면서 ‘최신형전술미사일종대’라고 소개했다. 기존 미사일보다 사거리나 파괴력, 정확도 등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미사일이 8연장 발사관에 탑재된 채 차량에서 운용되면, 기계화부대를 노린 매복이나 먼 거리에서의 타격 등도 가능해진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민군 창건 제90주년 열병식 관련 평가 보고서에서 “사거리는 8~25㎞로 예상되며, 지상 플랫폼과 더불어 헬기나 무인기에서도 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현재 개발중인 무인정찰기와 통합 운용 시, 비가시선 거리에서 아군을 타격할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산 헬파이어나 이스라엘산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은 지상은 물론 헬기와 무인기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무기다. 북한이 근거리 공격용인 러시아산 RPG 로켓이나 AT-3 대전차미사일 대신 먼 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 탑재 6륜형장갑차들이 2021년 1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금까지 재래식 전력증강 과정에서 러시아나 중국의 무기를 모방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신형 전차와 장갑차는 이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서방 세계의 개념을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전장에서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있다면, 러시아나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았어도 적극 도입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수준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신형 전차의 기술이 기존 선군호보다 수십년을 건너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군 당국은 북한의 신형 전차가 일선부대에 배치됐다는 증거는 아직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미사일 전력을 어느 정도 갖춘 북한이 재래식 전력 강화에 나선다면, 단기간 내 양산 체제를 정비해 실전배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앞으로도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으로 기술 도입 루트를 다양화하고, 제재 회피가 가능한 상용제품을 활용해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한편, 미국 등 서방의 전투경험과 무기개발 사례를 주시하며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군도 북한 신형 전차와 기동포, 미사일 등 새로운 재래식 위협을 철저히 분석해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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