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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美, 북한과 수교 추진해야…바이든 행정부 한반도 무관심에 무력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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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22 07:39:29 수정 : 2023-02-22 07: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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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의 수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미국이 북한과 즉각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국제관계대학) 한국학연구소 강연에서 “(북한과의)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호 위협 감소’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국제관계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 전 총리는 “북한은 미국과 수십 년 동안 대립하며 미국 불신과 깊은 안보불안을 갖게 된 나라”라면서 “따라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완벽주의적 접근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을 무시하거나, 경제제재로 압박을 강화하며 북한붕괴를 기다리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자극하는 등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05년 6자 회담에서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 합의를 이행한다는 데 참가국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하면서 “뿌리 깊은 상호불신을 극복하고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북한과 미국이 점진적, 동시적, 상호적 방식으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여러 기회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면서 “나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북한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하면 미·중 경쟁에서도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무관심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심의 정도가 많이 다르다”면서 “지난해 6월에 미국에 와서 9개월이 되는데 미 행정부가 한반도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인지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이) 미·중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더러는 미국 관리들도 봤지만 한반도 정책에 관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한국으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기존의 북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재검토만 하고 있는 것인지 2년 동안 뭘 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이 국제적인 지도력을 유지하고 싶겠지만, 동맹의 사활적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관심이 저하되면서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 미국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그 현상이 지금 다시 나타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더 이상 고립과 대결의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남북 화해협력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 중국이, 1990년대에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고 급속한 발전을 이룬 것을 북한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비핵화의 목표를 포기하고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은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무장으로 질주하는 데 대한 불만 또는 불안감이 기본적으로 있을 것이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더 확실한 믿음을 갖고 싶은 한국민들의 마음이 핵무장 요구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확장억제의 약속을 한국 국민이 더 확실히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 또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하진 말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는 70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곳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큰 나라들의 도리이지,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최전선으로 만들어 긴장 고조시키는 것은 큰 나라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조지워싱턴대 학생들과 교직원 등 150여명이 모여 강연장이 가득 찼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이 이어지면서 강연 시작 전부터 온라인 등을 통해 이 전 총리에게 사전 질문만 30개가 넘게 들어왔다고 한국학연구소는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강연을 계기로 정치 행보를 재개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지워싱턴대에 방문연구원으로 입학할 당시 공개강연을 요청받다고 설명하고 “(조지워싱턴대가) 저의 정치재개를 종용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정치 행보에 대한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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