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낮은 선루프 등 없애면
2만弗 초반 ~ 3만弗 가격 전망
반값 신차 공개는 미뤄 주가 ↓
머스크 “AI 때문에 스트레스
감독기관 있어야” 규제 강조
美 차별조항에 힘겨운 韓업계
가격 경쟁력까지 잃게 될 우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차세대 모델의 조립비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반값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는 후발 주자들을 가격 경쟁력으로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던 반값 전기차 공개를 미루고 공개 시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스 모래비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차세대 모델의 조립비용이 현재 테슬라 모델 중 가장 저렴한 모델3,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 모델3 RWD(후륜구동) 모델의 미국 내 가격은 4만2990달러(약 5650만원), 모델Y 롱레인지 모델은 5만4990달러(7220만원)이다. 차세대 모델은 2만달러대 초반에서 3만달러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조립 공정상의 복잡성과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선루프 등을 없애 가격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특히 효율성을 위해 조립공장의 공간을 40% 줄이고, 채굴 과정에서 환경·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는 자석을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사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또 원활한 원자재 수급을 위해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공장을 착공했고, 12개월 이내에 배터리에 쓸 수 있는 수준의 리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압도적 시장 1위인 테슬라가 조립비용을 줄이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가뜩이나 미 전기차법(정식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우려하는 한국 전기차 업계로서는 테슬라와 경쟁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의 분석가들은 지난달 테슬라가 3만달러짜리 저가 모델을 내놓을 경우 전체 자동차 시장 수요의 95%까지 충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배터리 기술 문제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제한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7일에도 테슬라의 장기 사업 구상이 담긴 마스터플랜3에 대해 “완벽하게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테슬라는 이날 행사에서 전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밝힌 대로 미국 접경인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지역에 공장 설립 계획을 확인했다.
다만 행사에서 소형 저가 차량을 포함한 차세대 모델에 대한 소개가 나오지 않으면서 테슬라 주가는 이날 1.43% 하락으로 장을 마친 데 이어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6.8%가량 급락했다.
경영진은 새로운 재무 목표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연간 생산능력인 200만대를 장기적으로 2000만대로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를 6배 늘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른 투자 규모는 176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테슬라의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은 연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최초 공개된 사이버트럭은 당초 2021년 말∼2022년 초 양산 예정이었으나, 2023년 초로 미뤄진 이후 수차례 일정이 연기됐다. 다만 머스크가 과거 테슬라의 중요 사업 목표와 관련해 공개 시간표를 제시하고도 이를 제대로 지킨 사례가 드물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최근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한 질문을 받고 “AI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개발을 총괄할 감독기관이 필요하다”고 재차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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