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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문재인의 전언(傳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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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2 00:30:28 수정 : 2023-03-22 0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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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모두 소박했다. 탈정치 약속도 담겨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겠다”고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사회를 위해 기여와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치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민족과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이후)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꾸준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오가며 글과 사진을 올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저서를 추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후 양산 사저로 찾아온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에게는 “요즘 정부·여당이 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에는 축사를 보내 “정부가 바뀌어도 남북 간 합의는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에서 문 전 대통령 발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그를 각각 만났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비명(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의원의 전언이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박 전 원장이 전한 문 전 대통령 발언은 ‘이재명 퇴진론’에 반대한다는 뉘앙스였다. 반면 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당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당 사정을 놓고 여러 말이 전해지니 문 전 대통령이 ‘전언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면 정국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원론적인 언급이라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다. 논란이 되는 걸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도 계속 이어갈 뿐 아니라 아무 해명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정치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인사들이 문 전 대통령 발언 중 자신에게 유리한 대목만 부각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말을 내놓는 사람이나, 전하는 사람이나 모두 자중해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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