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장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약류 범죄를 엄단하자는 사회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며 일부 누리꾼이 법원 결정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 유전무죄, 무전유죄?…마약 투약 사범 상당수 불구속 재판 관행
26일 남 전 지사의 장남 남모(32)씨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한 언론기사의 댓글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냐”, “초범도 아닌 재범자를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정과 상식이라는 게 이런 것이냐”는 등의 표현이 잇따랐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국내 마약류 사범 수가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범죄통계포털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에 따르면 국내에선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범죄계수가 2012년 18, 2015년 23을 기록한 뒤 2020년 35로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에도 31을 나타냈다. 배우·가수 등 유명인사들의 마약 투약 사실까지 널리 알려지면서 마약 청정국 지위는 이미 내려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도 마약범죄를 다루는 재판부의 영장 발부 등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약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하는 가운데 동종 전력이 있고 재범 여지가 있는 피의자가 구속을 면하게 된 상황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마약 거래 사범과 달리 단순 투약 사범은 상당수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만큼 남씨와 관련한 법원 판단이 크게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 아들 남씨, 마약 관련 재범…군 복무 시절 후임병 폭행·추행으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앞서 25일 수원지법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남 전지사의 장남 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남씨는 지난 23일 용인시 기흥구의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소변 및 모발 검사를 거부했는데, 뒤늦게 협조해 진행된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의 마약 관련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중국 베이징과 서울 강남구 자택 등에서 여러 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대마를 흡연하고 해외에서 구매한 필로폰을 몰래 숨겨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이듬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찰은 남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가족의 신고, 간이시약 검사 결과, 그의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남씨는 법원 출석에 앞서 경찰서를 나서며 “피의 사실을 인정하느냐”,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군 복무 시절 후임병들을 폭행·추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돼 군사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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