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최대 관문인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실사를 앞둔 부산시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벚꽃과 함께 노란 물감을 뿌린 듯 유채꽃으로 봄의 시작을 알렸던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가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다음달 8일부터 16일까지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경관단지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제11회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를 취소한다고 28일 밝혔다.
매년 4월마다 열리는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는 대저생태공원 내 53만㎡(16만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를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과 인근 낙동강 제방 30리(1만1781㎡)에 걸쳐 만개한 벚꽃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찾는 지역 명소다.
2019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대로 된 축제가 열리지 못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바람에 축제가 무산됐고, 2021년과 지난해는 각각 유채꽃 배달 및 단순 관람 형태로 축제를 대신했다.
엔데믹(풍토변화)과 함께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되면서 4년 만에 제대로 된 축제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의외의 복병으로 또다시 축제가 취소됐다. 유채꽃축제가 취소된 가장 큰 원인은 유채꽃 작황 부진과 겨울 철새에 의한 조류 피해 때문이다.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경관단지를 관리하는 부산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9월 유채꽃 씨앗을 파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12월 사이 고온으로 인한 웃자람과 올 초 이상기후로 인한 강추위와 큰 일교차로 유채꽃 60~70%가 동해를 입는 바람에 생육 부진과 고사가 잇따랐다.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나 충청·호남지역과는 달리 부산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겨울 작물에 대한 보온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는 겨울을 나기 위해 부산을 찾는 대규모 철새들의 먹이활동이 원인으로 꼽힌다. 유채경관단지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와 인접한 곳이다 보니, 청둥오리와 쇠기러기 등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들이 유채꽃 잎사귀를 먹어치우는 바람에 유채꽃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다음 달 초 BIE 실사단 방문에 맞춰 벚꽃과 유채꽃 등 화려한 봄꽃을 보여주며, 부산을 부각하려던 부산시의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 축제 관계자는 “유채꽃축제를 손꼽아 기다려온 시민과 관광객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유채꽃축제는 취소됐지만, 강서 낙동강 벚꽃축제와 삼락벚꽃축제 등 다른 봄꽃축제는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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