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명석에 저항 안 했냐” 고소인 구토하도록 몰아붙인 정씨 변호단

“왜 저항하지 않았나”·“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했던 것 아니냐”·“JMS에서 성적으로 세뇌시킨 적 없지 않느냐” 질문 반복

지난해 10월 4일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씨가 대전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둔산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신도 성폭행을 고소한 외국인이 3일 열린 해당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측의 거듭된 추궁에 구토까지 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명석 측 변호단이 “왜 저항하지 않았나”, “(정명석과)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했던 것 아니냐”며 증인대에 선 고소인을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홍콩 국적의 피해 고소인 A(29)씨는 3일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나상훈) 심리로 열린 정씨의 준강간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18일 해당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린 후 그가 증인으로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재판부는 증인의 사생활 및 신변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오후 2시 시작된 재판은 6시간30분 후인 오후 8시30분에 끝났다.

재판이 끝난 뒤 A씨 측 정민영 변호인은 “정명석의 변호인들이 ‘A씨가 오히려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 했던 것 아니냐’, ‘JMS에서 성적으로 세뇌시킨 적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반복했다”며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계속 물어보며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A씨는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했으며 결국 구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명석을 성폭행 등으로 고소한 홍콩 국적 고소인의 변호인 정민영씨가 4월 3일 관련 재판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A씨가 피해내용을 녹음한 음성파일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상황이라며 “전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여러 지인에게 보내 놓은 만큼 증거 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씨에 대해 유리한 진술을 했던 신도들도 진술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전지검과 충남경찰청은 고소인들이 입국해 법정에서 증언한 뒤 출국할 때까지 안전 가옥과 스마트워치를 제공하는 등 철저히 경호하기로 했다. 이날도 경호단이 법원 내부 통로로 A씨와 법정까지 동행했으며, 이튿날 비공개로 열리는 호주 국적 B(31)씨에 대한 증인신문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정씨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A씨를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2018년 7월부터 그해 말까지 5차례에 걸쳐 B씨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진 혐의로도 구속기소됐다. 정씨는 자신을 메시아로 칭하며 신도들을 세뇌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측은 고소인들이 성적으로 세뇌되거나 항거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으며 자신은 ‘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