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셌다면, 제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을겁니다.”
지난달 무면허 음주운전 차량에 아버지를 잃은 강성복(40·대전)씨는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의 아버지(87)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 30분쯤 충남 금산 제원면에서 경운기를 몰고 가다 음주운전 차량에 추돌 사고를 당해 숨졌다. 밭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훤한 낮이었다.
가해자(70대)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이었다. 당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5%로 면허취소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만취 상태였다.
음주 차량에 후미를 들이받힌 경운기는 반파됐고, 강씨의 아버지는 사고로 튕겨져 나가 2m 아래 논으로 추락했다. 지나가던 주민이 119 신고를 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논 옆 수로로 떨어지면서 머리와 척추 등을 크게 다친 강씨 아버지는 결국 그 날 오후 늦게 사망했다.
강씨는 “평생을 살았던 마을에서, 집까지 300m를 앞두고 귀가하지 못하셨다”며 “가해자가 응급조치라도 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텐데 사고 후 10분 이상 방치돼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해자는 음주운전 재범 의혹을 받고 있다.
강씨는 “가해자는 2009년에도 동네에서 운전을 하다 주민을 치는 뺑소니 사고를 낸 동일인”이라며 “그 당시엔 범인을 찾지 못했다가 동네에 찌그러진 차가 있어 경찰 수사 끝에 3일 만에 잡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음주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수위까지 안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주민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가해자는 어떤 이유에서 면허를 잃었는데도, 술을 마시고 또다시 운전대를 잡아 끝내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언제까지 동네에서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야 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사고 전날 아버지와 먹지 못한 저녁이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고 했다.
그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농사일을 도와드렸다. 아버지가 저녁 먹고 가라고 했는데 (대전)집에 가서 먹겠다며 그냥 왔다”며 “평생 가슴에 맺힐 것 같다”고 울먹었다. 강씨의 어머니도 황망한 상황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강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 장날이었는데, 어머니는 집에서 키운 고추를 내다 판다고 장에 가시고 아버지는 밭일하느라 점심도 못챙겨드렸다고 한다”며 “못챙겨 준 점심이 평생 한으로 남는다고 하신다”고 흐느꼈다.
가해자는 술을 마신채 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검찰로 구속 송치됐다.
강씨는 “8형제의 아버지로 쉬지도 못한 채 일만 하시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셨는데 가해자에게는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평온한 가족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음주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음주운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민·형사 처벌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음주운전은 습관성으로 중범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음주운전에 관대하다”고 지적한 뒤 “가중처벌을 넘어 차를 살 수 없게 한다던 가 등의 사후관리 관련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2회 이상 적발) 74%가 10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년 이내의 상습 음주운전 재범률도 4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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