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건 기호식품인 담배와 맥주
도쿄와 비교해도 “한국이 더 비싸”
외식, 2022년 동기 대비 7.6% 올라
“과일과 채소, 그리고 달걀을 포기한다면 (한국에) 갈만함.”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 넘베오 한국 물가 페이지에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일 등의 물가가 지나치게 비싼 걸 풍자한 것이다.
최근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서민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만원’만 있으면 한 끼를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젠 쉽지 않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순댓국도 특 사이즈를 시키면 1만원 이상을 받는 식당이 많아졌고, 냉면과 치킨은 더는 서민음식으로 볼 수 없는 가격이 됐다. 치킨은 배달값을 합치면 3만원을 내야 하는 시대다.
지금 우리나라 물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싼 걸까. 비싸면 얼마나 비싼 걸까. 체감물가를 파악할 수 있는 넘베오를 통해 알아봤다.
◆과일, 채소 비싼 한국
우선, 넘베오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통계를 내는 사이트다.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통제를 받는 사이트는 아니다. 이에 통계를 100% 신뢰할 순 없지만 한 국가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는 활용할 수 있다. 넘베오는 국가별 통계를 낼 때 제보된 물가의 상위 25%와 하위 25%는 제외한다고 한다. 통계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저렴한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땐 평균 9000원이 든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백반 가격 등을 고려하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명이 중간 가격대 식당에서 후식까지 나오는 요리를 먹으면 6만5000원이 든다고 봤다. 고깃집이나 양식집 등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는 가격대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로 넘어가보자. 우유는 1리터에 2953원, 쌀은 1㎏에 4888원, 달걀은 12구에 4957원이 평균적으로 든다고 평가한다. 실제 최근 마트에 가서 본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물가는 어느 정도 수준인 걸까.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은 과일과 채소의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비싸다.
상대적으로 가장 비싼 건 바나나. 서울은 바나나 1㎏당 약 5000원으로 전 세계 568개 도시 중 5번째로 비싸다. 오렌지도 비슷하다. 오렌지 역시 1㎏당 약 8300원으로 전 세계 553개 도시 중 6위를 차지했다. 토마토와 사과도 마찬가지. 두 과일은 1㎏당 각각 8450원, 8560원으로 전 세계 550여개 도시 중 10위다.
상추도 비싼 편이다. 서울은 상추 1개에 약 3100원인데, 이는 전 세계 524개 도시 중 54위에 해당되는 위치다. 넘베오는 서울 상추 가격에 대해 ‘very high’라고 평가했다. 달걀 가격 역시 546개 도시 중 101위를 차지에 ‘very high’로 평가됐다.
“과일과 채소, 그리고 달걀을 포기한다면 (한국에) 갈만하다”는 누리꾼의 말엔 뼈가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 뭘까.
안타깝게도,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 중 대다수는 ‘매우 비싸다’ 혹은 ‘비싸다’로 평가됐다. 넘베오가 수집 중인 항목 중 저렴하다고 평가된 건 말보로 담배 뿐이다. 말보로 담배 1갑은 4500원으로, 이는 전 세계 504개 도시 중 396위였다. 수입맥주 300ml도 약 3300원으로 전 세계 482개 도시 중 194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평균 정도 되는 셈이다.
◆“도쿄보다 서울이 물가 더 비싸”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이웃 나라 일본 수도 도쿄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놀랍게도 넘베오는 같은 생활을 영위한다고 가정했을 때 도쿄보다 서울에서 돈이 더 든다고 판단했다. 넘베오는 “두 도시 모두에서 집을 빌려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때 도쿄에선 633만원, 서울에선 667만원이 든다”고 했다.
뭐가 더 비싸길래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우선,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서울이 더 비쌌다.
2명이 중간 가격대의 식당에서 후식까지 나오는 음식을 먹는다고 쳤을 때 서울은 6만5000원, 도쿄는 약 6만2000원이다. 맥도날드 역시 서울은 8000원, 도쿄는 6800원으로 서울이 17.3%나 비쌌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 점포를 내고 있어 물가를 비교할 때 주로 활용되곤 한다. 특히 대표 메뉴인 빅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구매하더라도 가격과 크기가 비슷해 ‘빅맥지수’라는 지표도 있다.
커피도 도쿄보다 서울이 비쌌다. 서울은 카푸치노 한 잔에 약 5100원, 도쿄는 약 4500원이었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료품 등도 서울이 도쿄보다 비쌌다. 넘베오에서 제공하는 19개 항목 중 12개 항목이 그랬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나는 건 빵으로, 도쿄는 500g에 약 2000원이었지만 서울은 4200원이었다. 서울이 105%나 더 비싼 것이다. 이외에도 소고기 1㎏(96.5%)과 달걀(84.2%), 중간 가격의 와인 한 병(71.1%), 우유(57.2%), 상추(53.4%) 등이 도쿄보다 월등하게 비쌌다. 도쿄보다 서울이 싼 품목은 치즈와 사과, 오렌지, 감자, 양파로 10~20% 수준이었다. 비싼 건 월등하게 비싼데 저렴한 건 상대적으로 덜 저렴한 것이다.
◆외식, 전년 동기 대비 7.6% 올랐다
한편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전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지만 석유류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외식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서비스 가격은 외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외식이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5.0% 올랐다. 이는 2003년 11월(5.0%) 이후 약 20년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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