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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초 만에 지진 탐지 목표… 경보 발령도 4.4초로 줄인다 [심층기획-지진 피해 최소화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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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15 06:00:00 수정 : 2023-05-15 09: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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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지진 대응 점검 르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교훈’
발전소 부지 해안방벽 등 이중 방어
10m 해일 발생해도 끄떡없는 수문
6.5 지진 땐 4초 만에 설비 자동정지

2027년까지 국가관측망 851개소로
원안위 운영 220개소 등 편입 계획
집중감시구역 관측소 더 촘촘해져
“5초 빨리 인지 땐 인명피해 80% 감소”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규모 9.1의 강진과 함께 발생한 쓰나미(지진해일)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를 덮쳤다. 해일로 지진 발생 시 작동하던 비상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 탓에 냉각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며 노심 용융이 일어났다. 현재까지도 매일 오염수가 나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아주 간략한 발생 과정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국내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원전도 내진설계 수준을 점검하고 지진해일 발생 시 대비책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특히 최근 한국 내 지진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지진피해가 더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될 수 없는 상황이다.

 

14일 오전 8시35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1㎞ 해역에서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오전 1시53분 동해시 남남동쪽 4㎞ 지역과 오후 4시32분 동해시 남쪽 4㎞ 지역에서도 규모 2.5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틀 전인 8일에도 동해시 해역에서 두 차례 지진이 일었다. 올해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2.0 아래 미소지진을 포함해 40회가 넘는다. 예방이 불가능한 지진은 최대한 빨리 탐지해 경보를 발령하고 대피하는 것이 최선인 만큼 기상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유관기관은 올해를 기점으로 지진 대응에 더 힘을 모을 계획이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2호기 모습. 연합뉴스

◆‘1초대’지진 탐지가 인명피해 감축의 핵심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멀찍이부터 돔 모양의 고리원전 건물이 보였다. 기자는 유희동 기상청장과 유국희 원안위 위원장과 함께 지진 대비 현황 점검을 위해 고리원전 현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기상청과 발전소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지진을 탐지하고 경보를 발령하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앞당기는 것이 원전의 안전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과 원안위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지진관측망은 기상청 외에도 원안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가지진관측망으로 관리되는 관측소는 전국에 걸쳐 총 390개소가 있다. 이 가운데 기상청이 직접 관리하는 곳이 297개소, 관계기관이 운영하는 곳이 93개소다. 기상청은 여기에 자체적으로 관측소를 184곳 추가하고 원안위가 운영하는 220개소 등을 편입시켜 2027년까지 국가지진관측망을 총 851개소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현행 대비 461개소가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지진 발생 후 최초 관측까지 걸리는 지진 탐지시간은 3.4초 정도다. 계획대로 2027년 지진관측소가 851개소로 늘어나면 원전 밀집지역이나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등 집중감시구역에서는 2초 줄인 1.4초까지, 그 밖의 일반감시구역은 0.7초 줄인 2.7초까지 탐지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진관측소 간 거리는 집중감시구역 기준 현재 평균 16.0㎞에서 7.2㎞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모상영 고리원전 발전소장은 “지반가속도 0.3g(그래비티·약 7.0 규모의 지진 흔들림 수준) 진동이 원전을 덮칠 경우 안전 정지에 필요한 기기들이 손상될 수 있다”며 “1초라도 빨리 제어봉을 낙하시켜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는 게 발전소 안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진경보 발령 시간도 최대 4초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지진 탐지 속도를 높이고 조기경보 체제도 개선해 현재 8.4초 수준에서 2027년까지 4.4초 수준으로 앞당긴다. 기상청에 따르면 재난 관련 연구에서 재난을 5초만 먼저 인지해도 인명피해를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강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전에 이 내용이 0.1초라도 빠르게 통보된다면 원전 보호와 인명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된 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원전 지진관측망 합동 현장점검에서 유국희 원안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유희동 기상청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고리 2호기 주제어실에 설치된 지진경보 경광등(빨간원)을 점검하고 있다. 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기준 이상 지진에는 자동정지”

국가보안시설인 고리원전은 입구에서부터 정문 표지와 설치물조차도 사진을 찍어선 안 됐다. 휴대폰 카메라를 가리는 것은 물론 노트북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보안 관리가 철저했다. 신분증 확인 뒤 지문 혹은 안면을 등록한 뒤에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리원전 안에는 총 6개 지진감시설비가 있다. 각각은 원자로와 부지 지표면 등에 분산설치됐다. 원전은 지진 규모 자체보다도 지표면에 얼마나 큰 진동이 발생하고 원전 설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가 중요해 실제 지반에 가해지는 충격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지반가속도 0.2g(약 6.5 규모의 지진 흔들림 수준)를 기준으로 90% 수준인 0.18g 지진이 감지되면 제어봉이 낙하한다. 이렇게 전원을 차단해 원자로 등 모든 설비가 4초 안에 자동으로 멈춘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계측 오차 0.02g 정도를 고려해 0.18g를 원자로 정지값으로 설정했다”며 “자동정지 시 원자로가 안전하게 멈춘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약한 지반가속도 0.1g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발전소 설비 안전 여부를 평가해 필요 시 원자로를 수동 정지한다.

0.1g 수준의 흔들림을 유발하는 지진은 ‘운전기준지진(OBE)’이라 부르며 원전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 이상 여부를 판단해야 할 기준값으로 본다. 원자로 부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발전소 장비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위험은 없는 수준의 지진으로 판단해 0.1g의 진동이 발생하면 주제어실에 경보를 보내고 구조물 안전을 확인하게 된다.

발전소 부지는 커다란 문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이 5, 폭 1인 이 문은 지진해일 발생 시 바닷물로부터 발전소를 지키는 첫 번째 방어막이 된다. 해수면에서 원전 부지가 5, 방수문 높이가 5로 비상시 10의 해일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해수면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 서해안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신한울원전에 3∼4 정도의 지진해일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해수면이 60㎝ 정도 올라도 지진해일 높이는 1가량 올라 5 정도일 것으로 분석됐다”며 “고리원전뿐 아니라 모든 원전이 10 해일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비상발전기는 지하에 있어 침수에 더 취약했지만, 고리원전 비상디젤발전기실(EDG)은 지상에 다시 한 번 차수문으로 격리될 수 있어 겹겹이 보호받는다고 관계자는 부연했다.


부산=박유빈 기자, 동해=윤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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