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들어 가장 큰 규모 발생
위기경보 단계 ‘주의’로 상향
전문가 “본진… 여진 이어질 것”
동해 세부적 단층 연구 없어
더 큰 규모로 발생 배제 못해
삼척·강릉 등서도 신고 잇따라
온라인에도 경험담 속속 올라와
최근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랐던 강원도 동해 해역에서 올해 들어 가장 큰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보다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외면할 순 없어도 대지진 전조로 보기는 무리라고 밝혔다. 15일 일어난 동해 해역 지진이 본진이며, 지금까지 일어났던 작은 지진이 전조였다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7분37초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발생 깊이는 31㎞로, 오전 8시6분에는 규모 1.8 여진이 한 차례 더 발생했다. 1978년 이래 한반도나 주변 해역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28차례다. 가장 최근 발생한 규모 4.5 수준 지진은 2021년 12월14일로, 당시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해역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1년5개월 만이다.
강원 주변에서 유감신고는 18건 접수됐다. 강원·경북에서는 최대진도 Ⅲ, 충북에서도 최대진도 Ⅱ로 기록됐다. 진도 Ⅲ이면 실내에서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정지한 차가 약간 흔들릴 수 있다. 진도 Ⅱ는 조용한 상태거나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 일부만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흔들림이다.
기상청은 지진을 최초 관측한 뒤 6초 뒤인 오전 6시27분53초에 지진속보를, 6시27분55초에 강원 전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번 지진은 동해 지진관측소에 6시27분47초에 처음으로 탐지됐다.
최근 동해에서는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번 지진 진앙지 5㎞ 안에서는 지난달 23일 이후 규모 2.0 이상 지진이 13회 발생했으며 미소지진까지 합하면 총 36회 지진이 있었다. 이번 지진 전에 이 일대에서 발생했던 가장 강한 지진은 지난달 25일 동해시 북동쪽 50㎞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3.5)이었다. 당시 지진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던 행정안전부는 이날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지진위기경보는 경미한 단계부터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계부처에 긴급지시를 내려 철저한 점검과 대비를 당부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특히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는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관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임무와 역할을 점검하고 국민이 행동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홍보를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잇따른 지진이 대지진 전조가 아닐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기상청은 이번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호만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현재로서는 이번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지진 통계를 보면 가장 큰 지진이 규모 4.3이었는데, 이번 지진도 같은 단층에서 비슷한 운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층 크기가 1㎞ 이내일 것으로 추정돼 이보다 큰 지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약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동해에서 지진이 빈발했으나 두드러지게 큰 지진 없이 유사한 크기의 지진이 비슷한 지역에서 반복되는 군발지진 또한 특이한 사례는 아니라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이 과장은 “2020년 전남 해남 지역이나 2019년 백령도, 2013년 충남 보령 해역에서도 군발지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성준 강원대 교수(지구물리학)는 “지난달 규모 3.5 지진과 이날 지진은 에너지가 30배 이상 차이”라며 “에너지 차이가 현격해 이번 지진이 본진으로 보이고 이제 비슷하거나 작은 규모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동해 일대는 세부적인 단층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1㎞ 이내로 짧게 추정되나 동해 해안선을 따라 있는 후포단층, 울릉단층 등과 이 단층이 연결됐다면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장 교수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동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울릉단층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다”며 “해저 단층은 아직 연구가 상세히 이뤄지지 않아 단층이 한꺼번에 미끄러지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이 흔들려” “흔들어 깨우는 줄”… 주민들 ‘깜짝’
“누가 흔들어 깨우는 줄 알았다.”
15일 오전 6시27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다. 진앙은 북위 37.9도, 동경 129.57도, 깊이 32㎞다.
이 지진으로 “집이 흔들렸다”는 등 시민 신고가 이어졌다. 삼척시에 거주하는 유모(34)씨는 “아침에 깨어 있었는데 순간 강렬한 진동이 느껴진 뒤 곧바로 긴급재난문자가 왔다”며 “자고 있었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느꼈을 진동”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강원도 내에서도 비교적 내륙에 있는 원주시에 사는 최모(32)씨도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깼는데 얼마 안 돼 침대가 앞뒤로 몇 초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길진 않았지만 지진이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다음에는 더 큰 지진이 올까 무섭다”고 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아침에 직원들끼리 상황을 공유해 보니 전부 다 지진을 느낀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느라 몰랐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직원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이와 비슷한 지진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자다가 흔들려서 깼더니 지진이었다”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부모님께 전화했더니 건물이 흔들렸다더라” 등의 소식을 공유했다.
강원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동해시와 삼척시, 강릉시 등에서 “침대가 흔들렸다” 등의 신고가 18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접한 경북 영주시(2건)와 안동시(1건)에서도 유감 신고가 들어왔다.
지진이 발생한 강원 인근 지역 외에서도 “부산 흔들림 느낌” “내 고향 이렇게 지진 자주 나는 거 보니까 불안하다” “동해안 지진 잦네” “이제 우리나라도 절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최근 동해안 등에서 잇따라 전해지는 지진 소식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강모(31)씨는 “예전엔 어디서 지진이 났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튀르키예 강진 이후 한국에서도 지진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며 “우리나라도 내진설계 등 지진에 대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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