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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탕’의 함정… 설탕보다 더 나쁠 수 있는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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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16 21:00:00 수정 : 2023-05-16 1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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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설탕 대체재 체지방 감소 ‘효과 無’”
일부 혈당 높이고, 에리스리톨 심장병 위험↑
“자녀들 단맛 길들지 않도록 부모 노력해야”

“체지방을 줄이는 데 설탕 대체품은 장기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고, 장기간 섭취할 경우 오히려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국제보건기구(WHO)가 15일(현지시간) ‘비당류감미료(NSS)에 대한 새 지침’을 발표며 이같이 경고했다. NSS는 아세설팜 K, 아스파탐, 어드밴타임, 사이클라메이크, 네오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스테비아와 스테비아 파생물 등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단맛 애호가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는 소식이다. 많은 설탕 대체품이 ‘설탕보다 달지만 몸에 흡수는 거의 되지 않는 건강한 단맛’, ‘식물에서 추출된 안전한 설탕 대체제’ 등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본인과 가족 건강을 위해 설탕을 NSS로 바꾸고, 마트에서도 ‘제로 소다’, ‘제로 스낵’ 등을 선택한다. 심지어 최근 주류업계에도 ‘무설탕 소주’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제로 슈거’ 확산에 WHO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소비자들이 설탕 대체제들을 과신해 마음껏 사용하다가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1. 내분비계 교란 및 미생물군 변화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제 셀(Cell)에 발표한 ‘무영양감미료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사카린과 수크랄로스를 2주간 섭취한 사람들은 NSS를 섭취하지 않은 집단보다 혈당 반응이 컸다. 포도당 불내성(생체의 포도당 처리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저하된 증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스파탐과 스테비아를 섭취한 집단과 NSS를 아예 섭취하지 않은 집단은 포도당 불내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수크랄로스와 사카린을 단기적으로, 하루 최대 섭취량보다 적게 먹더라도 혈당 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또 연구 시작과 종료 시점에 수집한 참가자들 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크랄로스, 사카린, 아스파탐, 스테비아 모두 장내 미생물군 조성과 이들이 생성하는 분자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 종류 NSS 모두 구강 내 정상 미생물군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2. 심장병 위험 증가

 

지난 3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팀은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의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가 2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에리스리톨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자연 탄수화물이다. 설탕처럼 몸에서 분해되지 않고 혈액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최근 설탕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인 2100여명과 2018년까지 유럽에서 수집된 833명의 혈액을 추가로 분석해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동물실험에서 에리스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3. 단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한다

 

단 음식을 먹으면 우리의 미각이 뇌에 단 맛을 먹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2012년 ‘생리학과 행동’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무설탕 음료에 첨가되는 NSS는 설탕보다 강력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미각수용체를 교란시켜 결국 더 많은 단맛을 원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설탕 음료를 마신 비만 환자는 음식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져 다음 식사 때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 소화 불량

 

알룰로스, 자일리톨, 에리스리톨 등 당 알코올 종류는 알룰로스와 같은 일부 감미료는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가스를 발생시켜 복부 팽만감과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당알코올류를 주원료로 한 제품에 반드시 ‘과량섭취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표시를 해야한다.

 

WHO는 이날 NSS 섭취 지침을 발표하면서 총 283개의 연구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연구 결과와 반대되는 연구도 나오고 있으며 여전히 설탕 대체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식품업계와 과학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영양·식품 안전 국장은 “자연 발생 당분이 든 음식이나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소비하는 것처럼 당 섭취를 줄일 다른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어린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단맛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부모들이 매우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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