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면전환용 꼼수’라며 일축
개헌은 국민합의와 절차·과정 거쳐야
윤석열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인 어제 기념사를 통해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로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안팎의 도전에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오월의 정신을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라고도 했다. 통합·포용보다는 ‘위협’, ‘투쟁’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혔다. 2년 연속 기념식 참석이지만 지난해와는 확연히 결이 다른 모습이다.
민주주의 미명 아래 다수의 힘으로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거대 야당 등을 직격한 발언으로 봐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윤 대통령을 향해 “5·18 헌법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여야를 떠나 민주, 인권,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담긴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기념식에서 개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오월 정신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연결지으며 수록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렇더라도 5·18을 앞두고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한 야당의 의도는 미심쩍다. 꼭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에 휩싸인 민주당이 5·18민주화운동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비친다. “비리로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 “오월정신의 모독이자 훼손”이라는 대통령실의 비판을 받을 만하다.
헌법 개정은 국가 최고규범의 근본을 고치는 것이어서 국민적 숙의와 절차가 중요하다. 재적 국회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 뒤 국민투표를 거치는 지난한 작업이다. 정치적 이유가 아닌 정당한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헌법 개정 때 5·18정신을 수록해도 늦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특정인·특정 그룹의 정치적 전유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43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유독 정치만 ‘5·18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표심’을 의식한 정쟁에서 벗어나 5·18 정신을 진정한 통합과 화합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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